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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김혁의 와인 이야기
김혁의 와인 이야기 2017-03-12

혼자 음악 들으며 반 병쯤 비우면 술과 대화의 경지에

[중앙선데이] 입력 2017.03.12 02:47 | 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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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혁의 와인 이야기


어떻게 와인을 마시면 멋있고 맛있게 즐길 수 있을까? 와인에 대한 지식, 함께하는 사람, 선호하는 음악, 부드러운 조명까지 챙겨야 한다. 어떤 와인은 차갑게, 어떤 와인은 상온에서 또 어떤 와인은 특별한 음식과 함께했을 때 최상의 맛을 보여준다. 단지 마신다는 행위를 넘어 즐기려면, 적절하게 고양된 품위도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선택이다. 멋진 요리를 만들기 위해 최상의 재료들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우선 중요한 것은 오픈했을 때 맛이열려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와인의 열림과 닫힘은 두 가지 형태로 일어나는데, 짧은 것은 시간이고 긴 것은 세월이다. 시간이 문제인 것은 디캔팅(큰 용기에 담아 산소와 접촉시키는 것)을 하거나 미리 오픈해 두었다가 마시면 된다. 그러나 세월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
열린 와인은 아름답고 친절하며 배려심 있는 여인처럼 깊이 빠져들게 한다. 때문에 저렴한 가격의 와인이라도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다. 품종 중에 과일 맛과 향을 가득 담고 있는 멀롯을 많이 사용했을 경우 좀더 빨리 열릴 수 있다
.

다음에 할 일은 와인의 온도를 최대한 맞추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온도가 높으면 향은 많이 올라오지만 입에서 느끼는 신선함이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와인을 보관하는 지하 셀러의 온도에 맞추는 것이다. 레드 와인일 경우 보통 16~18, 좀더 오래된 와인은 20도 정도도 괜찮다. 병을 손으로 감싸 시원하다고 느끼면 되는 정도다
.

하지만 화이트나 샴페인은 이보다 훨씬 낮아야 즐거움을 얻는다. 샴페인은 보통 6도 정도가 좋으나 오래된 샴페인은 1~2도 높여 마시면 풍미를 더 느낄 수 있다. 화이트 와인은 보통 10도 전후가 좋다. 요즘은 후식으로 스위트 와인도 많이 마시는데, 이것은 샴페인과 화이트의 중간 정도 온도면 괜찮다
.

그 다음은 순서다. 음식과 함께 마실 때는 각 음식에 맞게 배열하면 간단하다. 일반적으로 샴페인은 아페리티프, 화이트 와인은 전식과 함께, 레드 와인은 메인 요리에, 그리고 스위트 와인은 후식과 함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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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순서로 만찬을 즐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보통 샴페인은 건너뛰고 화이트는 간단하게 마시며 레드 와인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레드 와인의 순서에 따라 마시는 즐거움이 달라질 수 있다. 보통 젊은 빈티지에서 오래된 빈티지로, 가벼운 와인에서 묵직한 와인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순서를 정하기 어려우면 그날 마실 와인들을 미리 조금씩 맛보며 전체적인 순서를 정하면 제일 좋다. 좀더 선명한 맛을 원한다면 지역이나 나라를 넘나들며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와인은 함께 마시면 빛나는 알코올이지만 필자가 가장 행복하고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혼술이다. 좋아하는 와인을 선택하고 온도를 맞추고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독대하는 시간. 반 병 정도를 비우면 와인의 개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 순간에 이르면 와인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것은 예술작품을 접하면서 자신의 감성을 생생하게 끌어올리는 것과 같다. 오래전 스코틀랜드의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와인은 병에 담은 시라고 표현한 것처럼
.


김혁

와인·문화·여행 컨설팅 전문가
www.kimhy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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