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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Champagne 기포의 진실은?
Champagne 기포의 진실은? 2017-04-09

[중앙선데이] RL 복사SNS 공유 더보기 닫기



 

 최근 샴페인(샹파뉴 지방에서 생산되는 스파클링) 기포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요점은 기포가 클수록 풍미가 강하다는 것. 프랑스 랭스 대학의 물리학자 제라르 리제르-블레어 교수가 유럽 물리학 저널에 실은 내용이었다. 이것은 그간 샴페인 애호가들의 상식을 뒤집는 결과였는데, 필자도 어떤 가격대의 샴페인을 샘플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약간의 의구심도 갖게 되었다. 마셔본 최고급 샴페인들은 하나같이 기포가 작고 섬세했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17세기 샹파뉴 지방의 오빌레 마을에 있는 생피에르 수도원의 수도사 동페리뇽에 의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이 마을 화이트 와인 저장고에서 병이 터지는 현상이 계속되면서 생산자들은악마의 술이라고 두려워한 적도 있었다. 병 속 포도당이 2차 발효과정으로 가스를 생성, 내부 압력이 높아져 병이 터진다는 과학적 사실을 모두 몰랐기 때문이다
.

사실 샴페인 지방보다 먼저 스파클링을 발견한 곳은, 그래서 기원이라 말할 수 있는 곳은 프랑스 남부 리무 지역의 생 힐래르 마을이다. 이곳의 수도원은 9세기부터 문헌에 처음 언급됐다. 수도원 내부엔 와인을 저장했던 동굴이 있는데, 이곳에서 처음으로 스파클링의 존재가 발견되었단다. 기원은 샹파뉴 지방과 거의 유사하다. 한 멍청한 수도사가 발효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와인을 동굴에 보관했고 여기서 2차 발효가 진행되면서 기포가 생긴 스파클링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던 것. 와인 속 기포를 처음 본 수도사는 별을 보았다고 외치면서 수도원을 뛰어다녔고
.

이 모습은 동페리뇽(1638~1715)의 샴페인 탄생 이야기와 일치한다. 차이가 있다면 이 지역에선 스파클링을 블랑케트(Blanquette)란 말로 대신하는데 1544년 공식 문헌에 적혀 있단다. 이런 자료에 힘입어 스파클링의 오리진은 샹파뉴가 아니라 150년 정도 앞선 리무 지역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여 샹파뉴 지역과 오리진에 대한 공동 연구가 한동안 진행되었지만 흐지부지되었다는 것이 리무 지역 관계자들 이야기다. 문서적 증거가 샹파뉴 지역보다 더 풍부했음을 부정할 순 없었고 그렇다고 지금까지 쌓아온 샴페인의 명성에 흠집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

현재 국내에서도 리무 지역의 블랑케트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이 샴페인의 절반 이하지만, 뛰어난 풍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샴페인은 품위 있는 스파클링의 대명사임을 부정하거나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기포가 크면 잔 위에서 터질 때 더 많은 향과 맛을 느끼게 하는 화학 물질들을 발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긴 한다. 기포가 크면 화학 성분이 더 많이 들어 있을 수 있으니. 하지만 이를 모든 샴페인에 균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샴페인 한 병을 만드는 데 최소 3년이 필요하다. 다시 숙성의 시간을 더하면 고급 샴페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십 년 이상 걸린다. 일반적으로 젊거나 가격이 낮은 샴페인들의 기포는 크고 힘이 있어 거칠게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잘 숙성된 고급 샴페인들의 기포는 작고 섬세하며 우아하다. 마셨을 땐 입안 전체로 동시에 퍼지면서 품위 있는 산뜻함을 느끼게 해 준다. 사랑스런 여인의 부드러운 살결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감미롭기까지 하다. 세월을 머금은 작은 기포가 강렬한 풍미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

기포의 과학적 사실이 어떻든 간에 보다 중요한 것은 남은 인생에서 좀더 많은 샴페인들을 마시며 즐기는 것은 어떨까? 평생 샴페인을 사랑했던 윈스턴 처칠은한잔의 샴페인은 우리를 유쾌하게 만들고 용기를 북돋우며 상상력을 자극하며 재치 넘치게 만든다."라고 했으니…….

김혁 와인·문화·여행 컨설팅 전문가

www.kimhy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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