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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치유의 숲
치유의 숲 2017-06-06



발길을 옮길 때마다 숨이 차올랐고 흐르는 땀속에 어제 마신 와인 향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지인 앞에 놓인 숙제들이 제 모양꼴을 찾아가는 것을 기념하기위해 나는 와인 한잔을 함께하며 의미를 두자고 했다. 지인의 얼굴은 초췌해 있었고 눈동자는 긴 수렁에서 막 빠져나와 지쳐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새로운 무엇을 찾으려면 에너지가 있어야하는데 지인에게선 그것이 느껴지질 않았다. 천천히 치유의 숲을 거닐며 그 동안 힘들었던 시간들에 대한 잔상들을 외부로 끌어내 쏟아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물론 안으로 삭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지인의 세심하고 섬세한 성격 때문에 이런 모양꼴을 갖기는 힘들 것 같다. 우리는 지인 친구의 야외 까페에서 와인을 마셨다. 바람이 없어 어제와는 다른 환경처럼 느껴졌지만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기엔 좋았다. 지인은 상대적으로 말이 없었는데.... 두세잔 와인이 들어가자 얼굴에 약간의 핏기가 돌아 왔다. 알코올 덕이든 좀전에 먹은 음식덕이든 하여간 .... 첫 와인은 볼린저 샴페인 가문이 루아르에서 만든 Langlois 2009, 버블이 좀 약하긴 했지만 힘은 살아 있었고 산미와 효모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레드 와인은 오랜만에  Margaux 지역의 Chateau Rauzan Gassier 2011. 잘 익은 과일향이 기분 좋게 올라왔고 부드러웠지만 중간 이상으로 조밀함이 있어 느낌이 좋았다. 결국 우리는 두 병의 와인을 모두 마시고 마지막을 외치며 밴드가 있는 곳에서 남은 위스키와 노래를 불렀다. 지인은 다음날 여행을 갈거라고 내게 다짐했다. 알아둔 원시림 같은 곳을 찾아 걷겠다고 했는데..... 다음날 오전 11시 경 내가 떠났나요?라는 문자를 보냈을 때, 지금 일어나 장소 물색중이란 답변이 왔다. 그리고 적으나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인은 생각이 많을 것이다. 서울을 벗어나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가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자연스럽게 와야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다양한 교차로를 맞이하고 그 때마다 선택을 해야한다. 하지만 어느 길이 자신의 길인지 미리 알 수는 없다. 한번 가보던가, 아니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그동안의 경험과 자신의 선지적 능력을 잘 살려야한다. 지인은 늘 착하게 살았다고 자부하고 있으니 결국엔 자신의 길을 발견할 것이다.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적당히 내려 놓고 적당히 관대해 지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것이 가능하기를 나는 오늘 치유의 숲을 걸으며 땀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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