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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예술로 승화시킨 샴페인
예술로 승화시킨 샴페인 2017-12-24



많이 안 마시면 후회 인생의 술,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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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황제만을 위해 만들었던 크리스탈 샴페인. 섬세한 맛이 일품이다. 


러시아 황제만을 위해 만들었던 크리스탈 샴페인. 섬세한 맛이 일품이다.




언젠가 파리 마들렌 거리의 유명한 고급 식품가계 지하 바에 들린 적이 있다. 그 곳에서 혼자 앉아 손톱을 빨갛게 치장한 손가락으로 캐비아를 먹으며 품위 있게 샴페인 한잔을 즐기는 아름다운 여인을 목격했다. 그 모습이 낯설긴 했지만 낭만적인 파리를 여행하며 누구나 한번쯤 부려보고 싶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목이 긴 투명한 튤립 잔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영롱한 기포의 우아함과 코끝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상큼함을 갖고 있어 특히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샴페인, 그래서일까 루이 15세의 애첩, 마담 뽕빠두(Pompadour)는 “많이 마신 후에도 여성이 여전히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술은 오직 샴페인뿐이다”라고 했다.


샴페인을 지금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장본인은 다름아닌 동 뻬리뇽(Dom Perignon, 1638~1715) 수사다. 그가 샴페인 연구소를 수도원 내부에 만들고 수십 년간 연구한 끝에 오늘날과 같은 맑고 투명하며 고급스런 맛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 성공으로 샴페인은 프랑스 왕궁의 귀족 모임에 등장했고 그 시대 세상을 호령했던 제정 러시아의 황제도 선호하는 와인이 되었다. 황제는 자신만의 샴페인을 구별하기 위해 크리스털 병에 담게 했다. 이 크리스털 샴페인은 무려 40년 동안 러시아 황실에만 납품했었다. 황실의 몰락 후 크리스털 병 대신 투명한 병에 담아 일반인들에게 판매되면서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전쟁을 수없이 치른 나폴레옹은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샴페인은 필요하다고 했고 이 말은 지금까지도 많은 승부의 세계에서 회람되고 있다. 또한 샴페인 애호가였던 처칠 수상은 특히 한 종류만을 선호해 사후에도 그의 지하 셀러엔 수천 병의 폴 로제 샴페인이 남겨 있었다고 한다


샴페인은 두 종의 적 포도(Pinot Noir, Pinot Meunier)와 한 종의 청포도(Chardonnay)로 만든다. 피노누아는 껍질이 얇지만 단단한 구조와 힘이 있어 오랫동안 숙성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 반면 피노 뫼니에는 과일 향이 풍부하고 부드럽지만 진화 기간이 짧아 장기 숙성엔 적합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샤르도네는 풍부한 향과 섬세함, 드라이하면서 부드럽고 적당한 산미에서 오는 우아함도 갖고 있다. , 복숭아, 또는 차돌 같은 향과 오크 통에서 숙성했을 때 토스트, 버터, 견과류, 짚 향 등을 동반한다. 샴페인을 만들려면 우선 각 포도들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적 포도는 세게 누르면 껍질의 색이 배어 나오기 때문에 엄지와 검지로 누른 압력으로 맑은 포도즙을 얻고 이들을 발효해 와인으로 만든다. 샴페인은 이렇게 만든 다양한 와인들(빈티지가 다른 것도 포함)을 블랜딩 해 맛의 균형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 주로 일반 샴페인은 세가지 와인 모두를 섞지만 최고급 샴페인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만으로 만들고 때론 샤르도네 한 종류만으로 최고의 맛을 뽑아낸다(:Blanc de Blancs). 블랜딩한 와인은 기포를 얻기 위해 당과 효모를 함께 넣어 지하 석회암 동굴에서 숙성하고 시간이 흐르면 병 속의 효모 찌꺼기를 병목으로 모아 제거한다. 그리고 빠진 양만큼 각 가문마다 비밀로 갖고 있는 달콤한 리쿼 와인을 첨가하는데 이 때 당의 농도에 따라 샴페인의 드라이한 정도가 결정된다. 가장 당도가 높은 후식 용 샴페인이 드미 쎅(demi sec)이다. 여기까지 만드는데 최소 3, 좀더 고급 샴페인은 더 오랜 기간 숙성한 후 선보인다.


필자는 유명 샴페인 가문을 방문해 블랜딩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본적이 있다. 빈티지와 품종, 생산환경이 다양한 와인들을 최고의 마스터들이 섞어가며 최상의 맛을 찾았다. 이 것은 마치 화가가 수 많은 색을 캠퍼스 위에 뿌리며 한 작품을 완성하는 모습과 같았고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는 각각의 음을 지휘자가 최고의 하모니로 만들어내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중독시키며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함께하는 샴페인은 이런 예술적 작업과 기다림으로 완성된다. 세계적 경제학자 존 케인즈(John Keynes)는 죽기 전 “인생에서 단 한가지 후회되는 것은 샴페인을 더 많이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고 토로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 해가 가기 전 우울했던 모든 것을 샴페인으로 날려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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