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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Ornellaia 1998
Ornellaia 1998 2018-01-21

wine story sunday



이탈리아 오르넬라이아 1998년산 빈티지 와인



오래 전 한 지인으로부터 와인 한 병을 선물 받았었다. 10년 넘게 이 와인을 개인 셀러에 보관했다가 얼마 전 그 지인이 참석한 저녁 모임에서 오픈 했다. 이미 샴페인부터 화이트, 레드를 모두 마신 후였기 때문에 맛있는 치즈를 먹을 타임에 내놓았다. 지인들이 눈치 못 채게 디켄팅 해 블라인드 시음을 하며 각자의 의견을 들어 봤는데…… 이구동성으로 풍성하고 매혹적인 향을 꼽았다. 선물했던 장본인은 코를 들이대며 감탄을 연발했고 또 다른 지인은 마치 향수를 열어 놓은 것 같다고 했다. 20년이 지난 2018, 1998년산 오르넬라이아는 이 모든 요소들이 응축되어 깊은 향과 맛으로 표출되었다. 이 와인은 와인 지역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던 이탈리아 볼게리 지역을 세계적 와인 생산지로 명성을 끌어 올린 오르넬라이아 1998년이었다.

                                                                          

이탈리아 와인 역사에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볼게리(Bolgheri) 지역은 우리에게 기울어진 탑으로 유명한 피사(PISA) 남쪽에 있다. 17세기까지만 해도 어업이 주 생업이었고 지역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조금 알려졌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이 지역에서 생산한 마세토, 사시카이아, 오르넬라이아 덕분에 떠오르는 명품 와인 지역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명성이 갑자기 찾아 온 것은 아니었다. 60년대부터 이 지역의 토양 가치를 알아보고 보르도 품종(카베르네 쏘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을 심어왔다. 불모의 땅에 이런 새로운 도전을 한 가문은 700년 가까이 와인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안티노리였다. 1981년 마르체스 로도비코 안티노리(Marchese Lodovico Antinori)는 그 동안 조성한 볼게리 포도밭에 오르넬라이아 포도원(Tenuta dell' Ornellaia)을 세우고 본격적인 와인 생산에 들어 갔다. 토양의 가치를 알아보는데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나파 지역의 전설로 여겨지는 농학자, 안드레 체리스체프(Andre Tchelistcheff)였다.

 

로도비코는 안드레와 함께 토양을 분석하고 조금씩 포도밭 면적을 늘려갔다. 올리브 나무도 함께 심어 포도나무 뿌리들이 물을 찾아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 했다. 최초 형성한 포도밭은 해발이 높은 곳이었지만 점차 아래로 내려오면서 토양 구성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굵은 자갈이 다양한 크기로 나타나는 곳엔 포도 껍질이 두꺼워 완숙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만생종 까베르네 품종을, 모래와 점토가 많이 보이는 곳엔 껍질이 얇은 조생종 메를로를 심었다. 몇 년이 지나 생산되는 포도 품질을 분석해 보자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보르도 품종보다 더 보르도 다운 포도를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메를로를 심은 곳은 그 품질이 너무 우수해 다른 포도들과 섞지 않고 메를로 단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어 이 곳의 전설적 와인마세토(Masseto)”를 출시했다.

오르넬라이나 와인 역시 2000년대 들어 세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 시작했다. 그 정점은 1998년 산이 미국의 유명 와인 잡지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에서 2001년 최고의 와인으로 선정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포도원을 세우고 20년 만에 얻은 쾌거였다. 아마도 최초로 이 지역을 둘러 본 로도비코는 토양의 구성에 따라 품종을 잘 연결함으로써 최고의 품질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그 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었던 것 같다. 오르넬라이아 포도원의 성공으로 볼게리 지역엔 또 다른 전설을 꿈꾸며 수 많은 신생 포도원이 세워졌지만 그 이면에는 수 십 년 동안의 고독한 외길 인생과 긴 기다림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간의 끝에 성공의 산물이 있었다. 오르넬라이아를 세계적 반열에 올린 철학은품질만 있을 뿐 타협은 없다였다.

 

이 포도원은 1999년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가 최초 10% 정도를 공유했다가 2002년 토스카나의 유명 와인 생산자인 마르체시 데 프레스코발디와 50%식 공동 소유주 과정을 거쳐 2005년 완전히 프레스코발디의 소유로 전환 되었다. 그리고 로도비코 자신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볼게리 산속에서 그 만의 와인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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