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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Chateau Cabrieres, 1971
Chateau Cabrieres, 1971 2018-02-18

중앙선데이] 입력 2018.02.18 01:00


와인 이야기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21.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00pixel, 세로 600pixel

사진 찍은 날짜: 2018년 02월 18일 오후 2:14

카메라 제조 업체 : Canon

카메라 모델 : Canon EOS 5D

프로그램 이름 : Windows Photo Editor 10.0.10011.16384

F-스톱 : 3.2

노출 시간 : 1/320초

IOS 감도 : 1000

색 대표 : sRGB

노출 모드 : 수동

프로그

 

지인의 생일 날, 자신의 빈티지라며 와인 한 병을 가져왔다. 노란 레이블 위에 장식 체로 쓴 샤또 까브리에르(Chateau Cabrieres) 1971년도가 눈에 선명하게 들어 왔다. 병에는 교황의 모자와 천국으로 들어가는 두 개의 열쇠가 양각으로 장식되어 있고 샤또네프 듀 빠쁘(Chateauneuf du Pape) 란 글자가 새겨있었다. 이 샤또는 필자가 젊은 시절 자전거를 타고 우연하게 방문해 시원한 물 한 모금과 몇 개의 와인을 시음했던 곳이다. 지금은 거의 기억에서 사라져 잊고 있었는데 와인을 보는 순간 다시 추억을 부르는 종소리가 울렸다.


교황의 와인으로 알려져 있는 샤또네프 듀 빠쁘 지역은 교황이 로마 교황청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아비뇽 유수 시절 여름 별장을 이 마을 언덕 위에 짓게 했고 포도나무도 아비뇽으로부터 가져와 포도밭을 조성했다. 이 지역은 특히 오래 전 지질시대 강의 범람으로 인해 옮겨진 둥근 자갈들이 테라스처럼 펼쳐져 있어 포도재배로 적당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자란 포도로 만든 와인이 특별한 맛을 보였고 교황의 미사 주로 발탁되면서 큰 유명세를 얻었다. 실제 교황이 여름에 사용하던 언덕 위 건물은 전쟁 중 독일군이 파괴시켜 지금은 한쪽 벽면만 남아 있다. 폐허 속에 남겨진 모습이지만 석양이 들면 붉게 물드는 허물어진 벽과 주변   포도밭이 어울려 숭고하면서 장대한 모습을 연출한다.


샤또 까브리에르는 샤또네프 듀 빠쁘 마을로 향하는 중간에 있다. 샤또의 역사는 우연히 14~15세기 이 성에서 사용했던 빵을 굽던 오븐의 문이 발견되어 년대가 증명되었다. 역사는 그렇게 오래 되었지만 샤또 이름으로 와인을 생산한 것은 아르노(Arnaud)가문의 1세대로 1950년대다. 지금은 3세대인 아네(Agne)와 그의 남편 빠트릭 베르니에(Patrick Vernier)가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 샤또의 포도밭은 샤또네프 듀 빠쁘 지역에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3가지 형태의 토양 구조를 모두 갖고 있다. 어린아이 머리만한 둥근 자갈과 섬세한 와인을 만들게 도와주는 모래 그리고 와인의 특성을 잘 살려주는 석영질 돌과 오랜 세월 변형을 거친 점토질이다. 이들은 서로 조화롭게 구성되어 개성 있는 포도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굵은 자갈들은 이 지역의 강한 미스트랄 바람으로부터 포도밭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바람이 강하면 가벼운 토양들은 모두 날아가고 자갈들만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위층은 굵은 자갈들이 바람으로부터 포도나무를 보호해주고 영양이 많은 점토, 모래 층들은 아래에 자리잡아 포도나무가 물과 영양을 잘 흡수하도록 도와준다. 현재 샤또는 13종의 품종으로 그들만의 유니크 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필자는 오랑쥬 마을에 머물면서 자전거로 샤또네프 듀 빠쁘 마을을 혼자 여행한적이 있다. 두 시간쯤 달렸을까, 멀리 허물어진 교황의 성이 보일 때쯤 우연히 샤또 까브리에르의 포도밭에서 수확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을 사진에 담았었다. 마침 샤또 정원에서 뜨개질을 하고 계시던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물과 와인도 얻어 마셨었다. 그리고 20년 후 프랑스 남부 와인 전시장에서 우연히 다시 까브리에르를 시음하게 되었다. 너무 오래 전이라 바로 샤또를 기억하진 못했었는데 나중에 지금의 오너가 할머니의 딸과 사위라는 사실을 알고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샤또 까브리에르의 와인들은 최고의 빈티지가 아니더라도 50년 이상 숙성이 가능해 놀라움을 주고 있다는 기사가 프랑스 유명 와인 잡지에 실린 적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1971년 산이다. 필자는 이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이 숙성된다는 것은 스스로 맛을 보정하며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모가 난 부분들을 깎아내고 다듬어 둥글게 만드는데 마치 그 지역 둥근 자갈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필자도 나이가 들면서 이런 맛과 모양을 가질 수 있을까? 죽기 전까지 더 많은 와인을 마셔야 가능하지 않을까 깊이 반성했다. ^^


김혁 와인·문화·여행 컨설팅 전문가

www.kimhy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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