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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어머니를 위한 와인
어머니를 위한 와인 2018-05-30

지난 10일 새벽 근 100년을 이 땅에서 버텨오시던 어머니와 작별을 했다. 이별의 순간은 아주 짧았다. 병원에 입원하신 후 24시간만에 그 동안의 긴 세월과 영원한 작별을 했다. 평소에 서양 음식을 좋아하고 소식을 즐기던 어머니는 마지막 4~5년을 입으로 식사하는 대신 튜브를 통해 직접 영양을 위로 전달했다. 맛의 즐거움 없이 긴 세월을  침대에 계셨지만 누님이 정성들여 보살펴 마지막까지 단정한 모습을 잃지 않으셨다. 가족들이 모두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어버이 전날, 그리고 10일 새벽 갑자기 돌아가셨다. 영정 사진은 내가 음식을 해드리기 전 식사를 기다리며 밝게 웃고 계셨던 모습을 찍어 놓은 것이 있어 그것으로 했다. 엷은 보라색 스웨터에 누님이 감기 걸릴까봐 목에 둘러준 흰 손수건이 잘 어울리게 나온 사진이었다. 특히 밝게 웃고 있는 모습이 늘 보던 그리고 오랫동안 보아왔던 그 모습 그대로 잘 들어나 있었다. 비록 평소에 술은 한입도 대지 않으셨지만 내가 쓴 와인 책을 가끔 읽으며 관심을 가졌던 모습이 생각나 상을 올릴때 프랑스 와인을 올려드렸다.


이제 내가 살아있는 시간동안 적어도 여러번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모습을 떠 올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좋은 기억들이다. 밝은 모습들이다. 점점 어린아이처럼 순진해진 모습과 즐겁게 식사하던 모습, 자식들을 위해 한밤중 일어나 기도하던 모습, 말년에 많이 고독했겠지만 그래도 누님이 끝까지 함께해주어 덜 외로웠을 것이다. 그래선지 장례 내내 우는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다.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입관식을 마치고 누님이 어머니 관에 써 놓은 " 어머니 사랑합니다" 란 글이 서서히 불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 볼 때였다. 그리고 한줌의 재로 돌아 왔을 때 분골을 담은 항아리를 가슴으로 안았을 때 느꼈던 따뜻함. 지금은 매 수요일마다 절에서 제를 지내는 중이다. 49제가 끝나는 6월 27일 모든 것이 더 선명해질것으로 생각 한다. 나는 어머니를 좋아했고 이해했고 한편으로 아련하다. 97년 동안 어머니의 인생이 무척 긴 시간이지만 지금은 너무 나도 짧게 느껴진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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