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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솔향으로 바꾼 와인 향
솔향으로 바꾼 와인 향 2019-02-02



1월 마지막 날 양양엔 많은 눈이 왔다. 겨울 가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던 시기 시설이 내린 것. 바람이 특히 많은 지역이라 눈이 내리면서도 휘몰아쳤다. 오후 1시 정도부터 내렸던 눈은 6시가 조금 넘어서 잦아들었다. 그리고 오늘 하얗게 변해버린 주변 지역을 산책해 보기로 했다. 이곳으로 이사 온지 벌써 2주가 넘었는데 주변 지역으로 산책 나온 것은 두 번째다. 첫 시도는 아주 짧은 코스로 1시간, 그때만 해도 바닥이 너무 건조해 숲속인데도 흙먼지가 흩날렸었다. 하지만 오늘은 발을 내딛는 곳마다 눈 발자국이 생긴다. 숲이라 해도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이 강해 샇여 있던 눈이 흩어지면서 하얀 눈가루를 뿌리고 어딘가에 다시 쌓아 두었다. 꽤 많은 눈이 온 관계로 산책로를 찾기가 힘들었는데 다행이도 먼저 걸어간 자국이 남아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비록 크기는 내 것보다 작았지만 산속에서 길 잃을 염려는 없었다. 새삼 그 작은 발자국에 감사함을 느꼈다. 산책길에 가끔씩 무덤도 보였는데 양지 바른 곳에 만들어 눈이 녹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까지는 햇볕에 녹는 양보다 바람으로 장소를 옮기는 눈들이 더 많아 보였다.

이곳은 거의 소나무뿐이다. 덩치를 봐선 수십 년에서 수 백년된 것도 있어 보인다. 추위 때문에 솔 향이 잘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아마 내 몸속에 깊이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여 내 몸에서 솔 향이 난다고 좀 과장되게 보냈더니 와인 향 대신 솔 향이라니라는 답변이 왔다. 산책은 2시간 정도 계속되었는데 솔숲에서 만나는 하얀 길과 나무들의 그림자 그리고 간간이 불어오는 강한 찬바람은 모든 것을 잊고 걷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었다. 원하던 것, 이런 것이었을까?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그냥 기분이 좋다. 돌아서면 막막함도 있지만 아직 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은 것들이 좀 더 있다. 그냥 움직이며 기다려보는 것이다.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스스로 고립되어 가고 있는 것을..... 어쩌면 이미 속에 내재하고 있던 즐거움인지도 모를 일이다.

산책 후 해수 사우나에서 몸을 풀어주고 나오니 바로 앞, 푸른 바다에선  바람에 파도가 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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