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퇴색한 고향, Haza
퇴색한 고향, Haza 2019-02-03

어제 한 라디오 음악 방송에서 철학자가 이야기한 말 퇴색한 고향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자라는 멘트가 나왔다. 설 연휴라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이동을 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도 많이 있으니 그들에게 깊이 내재해 있을지 모르는 그리운 장소를 잘 표현한 말이라 생각했다. 와인 여행을 하면서 이 말을 진정으로 느낀 적이 있다. 스페인 리베라 델 두에로 지역의 한 작은 마을 Haza, 사람들이 모두 떠나 단지 언덕 위 마을엔 11명의 주민만이 산다는 그곳은 쓸쓸함 그 자체였다. 마을로 오르는 언덕길 옆에는 이 곳 사람들이 와인 농사를 지어 저장해 두었던 보데가(와인 까브)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다. 입구는 녹슨 철창으로 굳게 닫혀있고 그 안은 너무 깊고 어두워 지금은 무엇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아니 이곳을 떠났지만 어린 시절 이 보데가를 드나들던 누군가에겐 말 그대로 퇴색한 고향의 한 장소이자 이제는 마음 한구석에 깊이 간직하고 있는 장소일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게도 이런 장소가 있었다. 집 앞 과수원이 그랬고 집 뒤 참나무 숲과 미루나무 긴 길로 이러진 학교 가는 길이 그랬다. 지금은 그 흔적초차 찾아볼 수 없이 변해 버렸지만 내 마음속엔 아직도 그 모습이, 그 장소가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 세상과 작별하기 전까지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런 곳이다.

오늘 양양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큰 눈에 이어 비가 내리니 눈들이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길가에서, 숲에서 먼 산에서..... 내일은 서울에 올라간다. 방앗간에서 준비한 떡 한말과 시장 아주머니에게 산 생선을 차에 실고 상경할 예정이다. 오후에 비가 그치면 잘 말린 곶감도 몇 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운 사람들을 위해.....


댓글 수정

Password

수정 취소

/ byte

댓글 입력

Name Password 관리자답변보기

확인

/ byte


*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

회원에게만 댓글 작성 권한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