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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양양 후진항의 미스터리, 선탠하는 문어
양양 후진항의 미스터리, 선탠하는 문어 2019-09-06





서울에서 지인들과 와인을 마시며 저녁식사를 하던 도중 우연히 문어 이야기가 나왔다. 발단은 내가 양양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출발점을 동해자전거 길과 연결 되어 있는 후진항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곳에서 동네 어르신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하면서다.


어느 날 자전거 타기를 마치고 후진 항으로 돌아 와 바다가 보이는 야외 벤치에 앉아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바로 옆 자리에 햇볕에 충분히 그을린 어르신 한분이 작은 낚싯대를 정비하고 계셨는데 이곳에 사시는 분인지 물었더니 어렸을 때부터 자란 곳이라 했다. 낚시는 어디서 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바로 앞 갯바위를 가리키며 저곳에서 하면 된단다. 하지만 들어가는 입구엔 관계자 외 금지란 푯말과 더불어 울타리가 쳐져 있어서 쉽게 접근 할 수 없었다. 내가 이런 규정을 본대로 설명하자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하지만 다들 저기서 낚시해요. 가끔 큼지막한 놈도 낚을 수 있고...” 사실 나는 낚시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초보자도 가능할지 물어 봤는데 어르신은 “처음엔 좀 어렵겠지 하지만 첫 고기가 걸리고 서로 팽팽한 싸움이 시작되면 그 맛을 느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미치는 거지”라며 웃으셨다. 마치 TV 프로그램 도시어부에서 들어오던 대사 같았다.

그날 음료수를 다 마실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어르신이 들려준 이야기 중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그 갯바위(사실 갯바위라기보다는 해변 옆에 솟아있는 작은 바위들)에서 가끔  문어를 목격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달빛이 있는 밤이나 해질녘, 또는 해 뜰 때 바위에 올라있는 문어를 볼 수 있는데 햇빛에 머리가 빛나기 때문에 금방 알아 볼 수 있다고 했다. <선탠하는 문어>의 출현을 설명하고 계셨던 것. 덧붙여 그런 문어를 본 날은 그냥 가서 잡으면 되니 행운이라며 어르신도 몇 번 경험이 있었다고 이야기 해 주셨다. 사실 그 당시 이런 이야기를 듣고 큰 의문은 갖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서울에서 문어 이야기가 나왔을 때 해주자 같이 있었던 스위스 셰프와 지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어떻게 문어가 바위에 올라 올 수 있는지 모두 나를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하지만 나는 현지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고 장소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양양으로 오면 그 장소로 직접 안내 해주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믿지 않았다. 그리고 청문회라도 하듯 어르신이 몇 마리나 잡았냐? 본인도 직접 봤냐? 매일 나오냐? 같은 질문을 쏟아 냈다. 결국 그날 이 이야기는 양양의 미스터리로 끝이 났었다.

하지만 다음날 지인에게서 두 장의 사진이 카톡을 통해 도착했고 아래는 “올라오나보네 ㅎㅎ”라고 인정의 글이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한 지인은 진실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인터넷을 뒤져 문어가 바위에 올라 있는 사진을 찾아냈던 것. 덕분에 양양의 미스터리는 반쯤 풀리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후진 항 갯바위에서 발견된 문어의 사진은 없기 때문에 어쩌면 문어가 잘 나오는 계절 며칠 밤을 새워 지켜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 양양 오일장엔 문어, 특히 동해안 참 문어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문어를 파는 아주머니에게 물어 봤다. “혹시 문어가 선탠 하러 바위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신 적이 있으시나요” 아주머니는 아주 진지하게 내 물음에 “선탠까지는 몰라도 밤중엔 가끔 올라오지요 나도 한번 문어 낚시를 해봤는데 잘 안 잡히더라고요. 얘네들이 줄에 올라탔다가도 당기는 과정이서 조금 이상하면 바로 떠나요” 질문과는 상관없는 내용이 더 많은 대답이었지만 문어가 문탠을 위해 밤사이 올라 올 수도 있다는 유익한 정보여서 기억해 두기로 했다.


가끔 미스터리한 것은 그냥 그대로 두고 넘어가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어느 한 장소에 풀리지 않은 이야기가 전해 온다면 그 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각자가 그 이야기를 상상하며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내려오는 전설들이 대부분 확인 되지 않은 구전들이고 많은 세월이 흘러 사람들은 어렸을 적에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식들에게 흥미를 더해 또 다른 구전을 만들어 준다. 어떤 이는 이런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출간해 큰 유명세를 얻기도 한다. 갯바위에 홀로 앉아 달빛에 빛나는 머리를 들어 올리는 문어 혹은 여명에 붉게 물든 갯바위에 반짝이는 문어 대가리의 존재를 상상해 보자. 사실 양양 후진항 갯바위에 문탠이나 선탠하는 문어가 있든 없던 사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바라보는 갯바위와 바닷물만 철석철석 부딪히는 갯바위와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 아나 언젠가 이 이야기가 널리 퍼지면 갯바위 위에 선탠하는 문어가 황금동상으로 등장할지.....ㅋㅋ 


PS: 사진은 후진 항에 문어가 출현한다는 갯바위와 시장 아주머니에게 구입한 문어를 내가 요리해 와인과 맛있게 먹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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