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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와인과 커피사이....
와인과 커피사이.... 2019-11-15




오늘 아침 문득 커피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양양에 정착하면서 원두를 직접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자신이 커피 마니아는 아니기 때문에 향이나 맛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저 달지 않은 뜨거운 것이 목으로 들어오는 것이 늘 좋았다. 그래서 미리 분쇄한 커피 원두를 사다 내려 마셨는데.... 양양에 오면서 이 버릇을 바꾸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직접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는데 처음에는 원두 갈리는 향이 좋았고 바로 내렸을 때 신선한 맛이 좋았다. 지금은 몇 개의 원두를 실험적으로 마시다 결국 내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커피를 내리게 되었다. 이제 혼자 생활하는 양양 공간에서 커피가 특별한 기쁨을 주는 날이 더해졌다.


기본적으로 두 개의 원두를 섞어 커피를 내리는데 오늘 아침 이것을 마시면서 매일 맛이 다르다는 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에도 미세하게 틀린 점을 느끼긴 했지만 오늘 유난히 다른 맛들이 선명하게 구별되었던 것. 커피를 내릴 때 물의 양이나 온도는 커피 머신에 맞추니 차이는 원두 양과 배합 비율 그리고 분쇄 정도 때문일 텐데.... 몇 개의 원두 알 차이에 커피 전체의 맛이 달라진다.


사실 그동안 커피 맛에 애써 무심하려 했던 것은 차이를 느끼기 시작하면 와인과 똑 같이 신경을 많이 써야하기 때문이다. 블랜딩과 그 맛의 결과를 인지하고 항상 그 맛 또는 새로운 맛을 내기위해 노력(?)하다보면 까다로워져 커피 자체를 즐기는 일이 희석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것도 부담이고 내가 나의 주된 관심사인 와인만큼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하여간 그래서 다른 커피전문가에게 나의 입맛을 설명해주고 준비해주는 커피를 부담 없이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반면 와인은 오랫동안 시음하고 생활화했기 때문에 이런 번뇌(?)로부터 벗어나 대부분 와인을 그 상태 그대로 받아들이며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벌써 20년을 훌쩍 넘겼다. 그러니 커피에까지 신경이 가면...... 하지만 어느 날 배합이 아주 잘 되어 내 입맛에 정확하게 떨어지는 맛을 얻게 되면 스스로 좋은 기분을 감출 수는 없었다. 신맛과 쓴맛이 질 높은 균형을 이루고 온도가 좋아 입안에서 종합적인 맛과 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한 10개월 정도 커피를 직접 갈아 마시다보니 어쩌다 한번 정도는 이런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날은 분명 몸의 컨디션도 좋은 날이다. 아마 복권을 사도 최소한 금액은 당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양양 공간에서 와인이 주는 위안과 더불어 커피가 특별한 기쁨을 주는 날이 더해졌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정신은 확장되고 폭이 넓어지지만 몸의 감각은 점점 둔화되어간다.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남은 생을 순리대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뛰기보다는 걷는 것으로 몸의 균형을 맞추고 지아코메티 작품처럼 단순한 모습에 큰 울림이 느껴진다. 음식도 재료의 자연적인 맛을 담은 것에 미각이 더 끌리고 자극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로움은 더욱 커지지만 마음은 그것을 견딜 만큼 단단해 지는 것 같다. 아니 더 견고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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