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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Bordeaux 그랑 크뤼 2016 빈티지, 평균 그 이상
Bordeaux 그랑 크뤼 2016 빈티지, 평균 그 이상 2019-11-28





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 2016빈티지 시음
2016년 보르도 그랑크뤼 빈티지 시음에 다녀왔다. 20년 가까이 보르도 그랑크뤼 엉프리뫼 시음에 참가했다가 이제 서울에서 매년 보르도 그랑 크뤼를 시음하고 있다. 엉프리뫼는 병입 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시음이고 서울에서의 시음은 병입이 완전히 된 와인들을 선보이니 빈티지에 대한 확신도 훨씬 선명하다. 올해는 2016년 빈티지, 2015년에 비해 조금 뒤처진 감은 있지만 샤또별로 마시는 시기만 잘 조절하면 훨씬 폭넓게 즐길 수 있는 맛을 보여주는 빈티지다.


시음 시작은 12시부터 15시까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3시간동안 각 샤또들이 가져온 12병 와인은 동이 난다. 그래서 매년 시음 순서에 입각해 마시다보면 맨 마지막에 시음하게 되는 쏘테른 와인은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와인의 타닌이 강하지 않아 시음하기에 어렵지 않았고 균형이 좋아 목 넘김이 부드러웠다. 심지어 많은 샤또의 와인들이 지금 마셔도 별 부담이 없을 정도로 까다롭지 않았다.


시음 시작은 보르도 남쪽에 위치한 페싹 레오냥 지역. 오랜 인연을 맺고 있는 샤또 까르보니외(Carbonnieux)와 도멘 드 슈발리에(Domaine de Chevalier)는 언제나처럼 오너 부부가 직접 와서 시음을 주도했다. 이 지역은 화이트와 레드를 모두 생산하고 있어 특히 보르도에선 주요지역인데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어떤 샤또는 레드보다 화이트의 명성이 더 있으니... 슈발리에와 파프 끌레멍(Pape Clement)의 화이트가 좋은 입감을 가졌고 이 지역 레드 와인들은 적당한 균형이 기분 좋은 시음을 이끌었다.


생테밀리옹과 포므롤 지역은 멜롯의 영향 덕분에 스파이시한 향이 벌써 올라오는 샤또들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두세 군데 샤또를 제외하고는 지금 마셔도 별 부담이 없을 정도였다. 그 중 균형이 좀 더 돋보인 샤또는 빌모린(Villemaurine)과 라 가펠리에(La Gaffeliere), 이미 편하게 즐길 수 있을 정도. 포므롤에선 보르가르(Beauregard)가 단연 돋보였는데 그날 시음한 전체 와인에서도 높은 수준의 균형감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보르가르 디렉터인 뱅상이 자신이 병입해서 2010년 이후 최고 만족스런 빈티지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나도 보르가르를 오랫동안 시음했지만 2009년 빈티지 이후 가장 인상적이었다. 입안에서 잘 짜인 구조감을 느낄 수 있으면서 적당하게 응축된 산미가 계속 생각이 났다.


메독 지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마고. 품질이 많이 향상된 도작(Dauzac)도 좋았고 깡트낙 브론(Cantenac Brown)도 시음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모두 잘 익은 포도를 골라 거친 타닌이 아닌 둥근 타닌의 부드러움이 잘 살아 있었다. 생 줄리앙 지역도 인상 깊었다. 강성 지역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도 잘 조화된 맛과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베슈벨(Beychevelle)은 2014년 빈티지부터 관여한 새 와인 마스터의 노력이 와인 품질의 향상을 가져왔고 2018년 100주년을 맞은 딸보(Talbot) 역시 변함없는 맛을 보여주었다. 포이악 지역과 생테스테프 같이 좀 더 강한 성향을 보여주는 지역도 2016빈티지에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맛을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시음한 쏘테른 와인은 맛의 차이가 좀 나는 것 같았다. 단맛이 강하고 진한 풍미를 갖고 있는 쉬두이로(Suduiraut)와 약간 가벼우면서 산미가 입안에서 도는 느낌의 리외싹(Rieussac) 스위트 와인. 쏘테른 와인의 생명은 시음 온도와 산도의 조화인데 전체적인 균형면에서 좀 모자란 감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2016빈티지는 지역별 품질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던 반면 지역 특성이 그만큼 선명하게 드러나지도 않았다. 전반적인 품질 향상에 어느 정도 균일화된 맛을 보여주어 조금은 아쉬움도 있었다. 물론 이런 현상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개성을 좀 더 표출한 샤또들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그 수가 다른 빈티지에 비해 좀 적은 편이었다. 보르도 와인의 특징은 장기 숙성인데 이 관점에서 보면 중에서 중상 정도의 힘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번에 내한한 샤또 관계자들은 2016빈티지를 상업적인 면에서 크게 우려하는 것은 없었다. 평균치보다 좋기 때문일텐데 문제는 2017년 빈티지. 이들 말에 의하면 18년과 19년 빈티지가 예외 없이 좋고 특히 양적인 면에서 크게 상위하기 때문에 행복하단다. 17년 빈티지는 좋은 빈티지 사이에 끼어 있는 형편이라 사업적으로 어떻게 해결해 갈지 주목되기도 한다. 보르도의 13년 빈티지가 아주 어려웠는데 샤또 이름만 보고 와인을 구입하는 나라에 싸게 많은 양이 흘러 들어갔다. 주로 아시아 지역인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트나 와인 전문점에 깔려 있는 13년 그랑크뤼들을 아주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에 2017년 빈티지를 들고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가 다시 서울을 찾을 것이다. 올해 시음했던 기억을 잘 저장해 두었다가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을 즐기는 재미일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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