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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양양 시장 풍경(2), 돈이 굴러 갑니다, 돈이....
양양 시장 풍경(2), 돈이 굴러 갑니다, 돈이.... 2020-01-16





가을걷이가 끝나고 겨울로 접어든 지금 양양 시장의 풍경에도 변화가 있다. 우선 김장철엔 배추와 무 갓 파 마늘들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더불어 각종 젓갈이 즐비하다. 다양한 목소리도 들리는데 그 중 으뜸이 배추장수의 소리다. 특히 19년은 태풍이 여러 번 강타한 결과 주로 배추 농사가 흉년이었다. 때문인지 실한 배추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한쪽 구석에서 야무진 아주머니가 뛰어다니며 큰 소리로 “배추 500원”을 외친다. 나도 사실 가격에 놀라 소리 나는 쪽을 볼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 소리를 듣고 지나가던 할머니가 아는 사람인지 “딸 목소리 좋구먼!”하자 옆에 있던 다른 할머니가 “딸이 아니라 부인이랴” 답해준다. “그랴? 목청 하나는 좋네...” 라며 배추 가격엔 관심 없이 그냥 지나친다.


나는 붉은 양파를 아침마다 먹기 때문에 꼭 장날 구입한다. 대관령 산 양파는 일반 양파보다 단단한 대신 가격이 좀 더 비싸다. 그래도 한망에 3천 원 정도니 싼 편이다. 내친김에 무도 하나구입하려니 아저씨 왈, 한 개는 2000원. 놀란 눈으로 내가 <아니 5개에 5천원인데.... 그러니까 몽땅 가져가야지... 하지만 전 혼자 먹는데 몽땅 사서 어디에 두고 먹어요, 작은 것 천원에 하나 주세요...>. 아저씨는 마지못해 뒤에 놓아둔 박스에서 작은 무 하나를 골라 파셨다.

요새는 아침마다 사과도 하나씩 먹고 있어서 장날마다 구입하는데 리어카에서 사과 파는 아저씨와 바로 앞 과일 노점상 아주머니 중에서 산다. 아저씨 사과는 좀 작은 편이어서 개수가 많고 아주머니 사과는 씨알이 굵은 반면 양이 적다. 먹어보니 두 분 모두 맛있는 사과를 판다. 아저씨는 늘 <만원에 10개 인데 1개 더 드려>
아니 지난번 장 때 12개 줬었는데 그새 올랐네요.
그때그때 틀려요, 사장님 자주 오시니 11개, 전 반만 6개.. 골라서 ...안되지 그건, 만원에 11개 주는데 반만 사면 5개 가져가셔야지...어차피 반개 가져갈 수 없으니 그냥 하나 주시면 되지... 자주 오는데.... 아저씨는 그중 좀 못난 놈으로 하나를 끼워준다.   안동 사과라는데 사과마다 꿀 심이 박혀 있고 신선한 맛이 좋다. 
                  
양양 시장에서 나는 젊은 양반으로 불린다. 주로 할머니들이 많이 계시다보니 난 젊은 사람, 하기야 정신은 아직도 먼 과거에 있으니... 사람들로 북적이는 중앙 통로 귀퉁이에서 옛날 어투가 들려온다. 예쁘게 작은 곽에 세 개씩 넣은 속옷을 파는 할머니는 작은 소리로 “빤스, 빤스 사요” 바로 옆 노점에서 생선 파는 아저씨, 손님이 웃으며 <깎아주세요>하니 “깎아달라는 말은 미장원가서 하셔야지” 모두 웃고 더 이상 깎아 달라는 말은 못하고 기분 좋게 구입한다.  반찬 파는 아주머니는 바로 앞에서 또 다른 반찬 파는 아주머니 때문인지 조금 우울하다. 나는 이곳에서 겨울에 동치미를 몇 번 사먹어 서로 얼굴을 아는 사이. “동치미는 아직 안 나왔나요?” “에이 너무 이르지 좀 더 기다려야 돼”


반찬거리를 지나니 할머니들이 오순도순 앉아 점심으로 국수 한 그릇  드시고 계신데 매번 장날마다 메뉴가 바뀌는 것이 좀 신기하다. 요즘은 봄에 나오던 냉이가 다시 나오고 있는데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도 냉이들이 있다는 것을 이곳에서 알게 되었다. 감은 모두 말린 상태인데 한눈에 봐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외관이다. 집에서 대충 말려 장날 들고 나왔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통로에는 떡 방앗간도 여럿 있는데 그 앞을 지나다 서로 앞뒤 거리를 두고 걷고 있는 50대 부부의 다툼소리가 들린다. 남자 왈“당신은 말이야 그게 문제야” 여자 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냥 같이 나란히 좀 가자는데 꼭 떨어져 가자고하니.” 남자는 계속 앞장서서 걷고 있고 여자는 쫓아가느라 정신이 없다. 이 장면은 언젠가 베네치아 여행을 갔을 때 50대 한국인 부부의 모습을 연상 시켰다. 그 당시 남자는 뒷짐을 지고 앞장서 걷고 있었고 부인은 짐을 끌고 2~3미터 뒤에서 땀을 흘리며 남편을 따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애절했었는데... 벌써 30년도 더 된 모습이니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2020년 현재 양양 전통 시장의 한 모퉁이에서 그와 비슷한 모습을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다행이도 오늘 만난 부부에게 짐은 없었다. 단지 부인이 남편의 손을 잡고 걷고 싶어 하는 애절함(?)만 있었는데....


장터의 마지막 코스를 빠져 나오는데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고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모두 큰 가마솥에서 끓고 있는 육개장을 먹거나 사서 가져가기위한 줄이었다. 가격이 시장치곤 싸지 않았는데도...육개장 한 그릇에 만원, 김밥 두 줄에 오천 원... 도시의 가격과 별 차이가 없다. 이 가계를 뒤로하고 드디어 마지막 유혹의 가마솥 통닭 튀김집을 지나는데 허기가 확 느껴졌다. 보통 너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 그냥 지나치곤 했지만 오늘은 큰맘 먹고 줄을 서 보기로 했다. 튀겨 놓은 닭을 보니 내 순서까지 올 것 같았는데....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내 계산은 한 명당 한 마리로 세어 얻은 결과였는데 앞에서 두 마리, 심지어 세 마리를 사는 사람도 있었으니 내 차례까진 간당간당했다. 하지만 그날은 운수 대통한 날이었다. 내 차래에서 딱 한 마리가 남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뒤 손님들은 적어도 20분 이상 기다려야 된다. 나는 바로 뒤 손님을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애써 감추지 않을 수 없었다. 좀 기다리셔야겠네요....
그 앞으로 리어카가 막혀있는 군중을 뚫고 가기위해 외친다. “돈이 굴러갑니다. 돈” 하지만 자주 듣는 소리였는지 반응도 없고 모두 무표정이다. 나만 유일하게 그 풍경에 푹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이방인이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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