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한 일일까?
이사온지 벌써 2주가 넘었지만 아직 그런 생각이든다. 마치 여행 온 이방인처럼 그렇게 낮설게 또는 적응하려는 의지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통 시장의 구조를 파악하고 근처 산책로들을 알아봤고 이미 좀 걷기도 했다. 그러나 눈뜨면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반문이다. 그리곤 조금 뒤 그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고 수긍하려고 노력한다. 마음을 차분하게 하면서 좀 가치있는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데...
지난주엔 에릭과 미진 그리고 엠마뉴엘이라는 아트 디렉터가 다녀갔다. 월정사에서 하루 템플스테이를하고 우리집에서 하루밤을 보냈다. 프랑스에서 치즈와 다양한 먹거리를 사다 주었다. 그날 저녁엔 요리도 했고 오랜만에 즐겁게 여러 병 와인도 마셨다. 다음날 새벽 거실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의 모습(선명하면서 매혹적 이었다)을 아주 감동적으로 보고 낙산사로가 1시간 넘게 산책을 함께하고 돌아갔다. 공간만 이곳일 뿐 사실 서울에서 만났다해도 같았을 것이다.
이곳에선 언제든 파도가 있는 바다를 보러 갈 수 있다. 장보러 가다 잠시 해변에 들려 밀려오는 파도를 한참 바라보고 아무말 없이 돌아선적도 있다.서서히 이곳 풍경에 동화되고 있다. 어제는 근처 소나무 산책로를 한시간 이상 걸었다. 겨울이라 좀 적막하고 스산했지만 계절이 바뀌면 아주 좋은 산책 장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계단 맨끝까지 오르자 오늘 11분 정도 수명이 늘었단다. 좋은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심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리해야 할 것들이 많아 시간을 정해 움직이고 그 사이 서울에도 몇번 다녀왔으니 사실 이곳에 완전히 집중한 것은 아니다. 곧 긴시간 침묵에 들어 갈거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듣게 되기를 희망한다. 서서히 중년의 시간을 지나 노년의 삶을 준비하는 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정신은 그 어디에도 멈춰있지 않다. 재미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약간의 그리움을 갖고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30년 전 아무런 연고도 없던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정착했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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