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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Union Des Grand Cru de Bordeaux 2015년 빈티지 시음
Union Des Grand Cru de Bordeaux 2015년 빈티지 시음 2018-11-24



몇일 전 매년 이맘때쯤이면 서울을 방문하는 보르도 그랑 크뤼협회의 시음에 다녀왔다. 매년 엉프리뫼에 다녀 왔었는데 15년 빈티지때는 참석을  못해 서울에서 시음이 몹시 기대가 되었다. 어쩌면 와인보다 매년 보아왔던 샤또 관계자들을 만나는 것이 내게는 더 큰 즐거움일 수 있다. 할아버지세대, 아버지세대를 거처 많은 샤또들이 자식들에게 경영을 넘기고 있다. 세대는 변해가지만 와인의 모습은 그렇게 많은 변화가 있지는 않다. 어쩌다 오너가 바뀌어 와인 레이블에 변화를 주고 많은 투자금이 들어 와 양조 시설을 바꾸는 정도.. 그러나 그것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보르도의 포도밭이 주는 선물을 가문 대대로 잘 추스려가고 있다. 벌써 내가 아는 많은 샤또 관계자들이 세상과 작별을 했거나 일에서 물러나 삶의 남은 시간들을 즐기고 있다. 시간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2015 빈티지는 전체적으로 중상 수준이다.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양조와 포도 셀렉션으로 극복해 냈고 양적인 면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 수확한지 3년지난 그랑 크뤼맛은 아직 대부분 너무 어리지만 강성을 지니지 않은 곳, 페싹이나 리스트락 물리스등의 와인들은 마시고 즐기는데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메독 윗지역은 아직 많은 시간 더 기다려야 한다. 응축된 타닌이 풀리고 자신의 개성을 보일 때까지 적어도 8년 정도는 필요하니.... 몇몇 샤또들의 진전된 변화도 보았다. 마고 지역에서 이웃들과 별 차이 없던 키완은 양조 셀러를 좀더 세심하게 바꾸면서 그 첫 빈티지인 2015년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 적어도 내가보기엔 한단계 올라간 느낌이다. 사실 토양의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와인의 품질을 한단계 올린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양조 방법의 근본적인 변화와 포도의 과감한 선별과정이 필요한데 키완이 좋은 예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섬세함이 더해졌고 조금 높은 단계에서 균형과 기분좋은 산미가 눈에 띄었다. 포므롤에서도 그렇게 주목받지 못하던 샤또  루에가 스펨을 통채로 넣어 양조하는 방식을 도입 좀더 타닌을 느낄 수 있는 맛으로 변화 시켰는데 균형을 잘 잡아 과하지 않지만 충분히 입안에서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보르도 와인을 시음하면서 매번드는 생각이지만 샤또마다 피할 수 없는 개성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 만큼이나 또는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만큼이나 모두 개성이 넘친다. 타이밍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금은 아니지만 몇 년이 지나면 새롭게 변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런 잠재력을 아주 영한 상태에서 시음을 해도 집중하면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것을 알아보는데는 무엇인가 자연적인 연결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와인이 이야기하려는 작은 사인들을 나만의 감각으로 찾아내는 것이다. 큰 즐거움이다. 마치 좋은 한 인간을 인생에서 만나는 것과 같은 그런 느낌이다. 2015년 빈티지에도 이런 숨은 작은 길들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인지 60여종의 와인을 모두 시음했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그들의 숨겨진 가치가 주는 에너지 때문 아니었을까 한다. 2016년은 어떤 모습일지 내년 방문을 기대해 본다. a bient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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