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보르도 와인은 분명 모든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는 빈티지지만 지금 상태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최고급 와인들은 이미 Close 상태로 들어갔고 그래서 앞으로 3~4년 이상 기다려야만 제맛을 즐길수 있을 것 같다. 중간급들 와인들은 1~2년 기다리면 좋은 것들과 지금 마셔도 별 부담이 없는 와인들이 있다. 다만 지금 마시려 할 때는 30분 이상 열어두었다 마시면 어느정도 맛을 느낄 수 있다. 보르도 근교 지역의 보다 저렴한 와인들은 지금 바로 마셔도 풍미를 느낄 수 있지만 이들역시 30분 이상 단지 병을 오픈해 두는 것 만으로도 처음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와인들은 같은 와인 다른 빈티지들에 비해 좀더 오랫동안 서서히 열려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 세월을 기다려도 좋겠지만 시간을 기다려도 충분히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상태를 만날 수 있다.

와인을 즐기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와인의 상태가 모두 열려 있어 자신이 갖고 있는 풍미를 유감없이 발산할 시점에 오픈해줘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맛과 향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태로 끌어 올리기 가능한 와인들이 바로 시간으로 해결될 수 있는 시점에 있는 와인들이 다. 30분에서 몇시간의 시간을 기다려 즐길 수 있는 와인들. 이들이 자신의 개성을 잘 발휘하도록 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해 주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마치 표현이 부족한 아기가 잠에서 깨어나 칭얼거리지 않고 기분 좋게 서서히 눈을뜨며 활짝 웃는 모습으로 엄마를 반길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한다. 왜냐하면 와인은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 속에 살아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의 역할을 섬세하게 다루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와인은 가격이 중요하지만 나라면 닫혀있는 고급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열려있는 평범한 와인을 더 즐길 것 같다. 사람에게도 와인에게도 자신을 가장 빛낼 수 있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그것인 언제인지를 알아내고 더 최상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