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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역의 Albarino시음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역의 Albarino시음 2019-06-27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역의 Albarino 와인 시음
얼마 전 Hyatt 호텔에서 있었던 포르투갈 와인, 특히 99%가 화이트 와인으로 단일 품종인 알바리뇨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 시음회였다. 보통 스페인 전역에서 이 품종으로 와인을 만들지만 특히 이 날은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Galicia)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이트 와인을 선보인 자리였다. 바다와 강을 모두 접하고 있는 이 지역은 습기가 많고 특히 해산물 요리가 많이 발달했다. 여기에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었다. 특히 알바리뇨 품종이 여기에서 성공한 것은 두꺼운 껍질 덕분에 공팡이로부터 보호가 되고 일찍 싹이 트고 빨리 익는 편이라 위험이 덜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화이트 시장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점차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상태, 특히 쏘비뇽 블랑이나 샤르도네, 리슬링에 많이 익숙한 입맛에 조금씩 변화를 원하는 느낌도 있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의 피노 그리나 프랑스 루아르의 슈냉블랑등도 점점 알려지고 있다. 어떤 종류의 화이트 와인을 마시던 중요한 것은 코를 톡 쏘는 신선함과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의 산미다. 이 두 가지 맛을 잘 내려면 테루아와 와인 메이커의 역할이 중요한데 프랑스에서 이야기하는 테루아의 영향을 이곳 갈리시아 지역에선 와인 메이커의 영향보다 덜 중요시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토양은 햇볕을 받는 방향이 다르고 어느 정도 균일하게 좋은 상태로 여기에서 수확되는 알바리뇨를 어떻게 양조 하는 가에 따라 와인의 맛이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양조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종류의 오크통을 얼마동안 사용하는 가였는데 보통 몇 개월에서 1년 정도까지 다양했다. 잘 만든 알바리뇨 와인은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마시고 싶은, 잔이 잔을 부르는 특징이 있다. 물론 잘 만든 모든 와인들이 그럴 수 있지만 한잔으로 끝내면 더 좋은 와인도 있으니 알바리뇨의 매력은 오렌지나 잘 익은 레몬 자몽, 황도 같은 과일과 산도 높은 시트러스 계열의 아로마와 합해져 나타나는 특유의 신선한 감칠맛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맛은 보통 스테인리스 통에서 발효하고 만들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데 오크를 사용하면 이 맛은 감소하게 된다. 대신 약간의 묵직한 맛과 오크 향 맛이 풍미를 더하지만 그 균형을 적당하게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몫이 양조가 가해야 할 중요한 덕목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개인 적으로는 오크를 전혀 사용 안했거나 오래된 오크통을 아주 짧은 시간 사용 후 다시 스테인리스 통에서 마무리 한 것이 좋다.
이날 시음회에 참석한 와이너리 중 8~9년 전에 서울에서 한번 만난 적이 있는 스페인 친구가 왔다. 와이너리 오너와 함께 동반해 그 와인을 서울에 홍보하기 위함이었는데 시음을 마치고 친구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함께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소개한 와인은 약간 보디감이 느껴지는 알바리뇨로 오크를 조금 사용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와인을 컨설팅하고 홍보하는 친구라 와인 자체가 갖고 있는 문화적 매력과는 상관없이 상업적인 것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자신이 홍보하는 와인을 수입해주면 또는 수입자를 찾아주면 갈리시아 여행 동안 모든 안내를 책임진다고도 했다. 나는 사실 그의 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에 영어를 조금하는 와이너리 오너의 생각에 좀 더 관심이 있었지만 와인에 대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그리 좋은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언젠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을 걸을 기회가 온다면 이 일정과 함께 갈리시아 지역을 방문해 보고 싶다. 하지만 열정이 생길지는 아직 모르겠다. 나는 양양에 머물면서 가끔 서울에 올라가 와인 시음과 강의를 하지만 내가 원하는 만큼 모두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열정이 사라진 이후 찾아 올 수 있는 공허 함들을 극복하고 사소한 즐거움들을 어떻게 모아서 나만의 모양 꼴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계속 고민 중이다. 양양은 날씨가 드라이하고 햇볕이 많아 여름엔 알바리뇨 같은 성질의 화이트 와인이 적격인 곳이다. 시원하게 칠링된 와인을 마시며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는 곳. 하지만 열정을 채워줄 수 있는 더 이상의 무엇이 없다는 것이 아쉬움이다. 인생에서 어떤 종류의 열정이 더 필요한지 아니 열정을 더 가질 시간적 여유는 있는 것인지 묻고 싶기도 하다.
오늘 저녁은 분명 알바리뇨 와인이 그리울 것 같은데 .... 셀러의 와인들을 한번 뒤져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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