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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양양에서 꼬마 자전거를 타고....
양양에서 꼬마 자전거를 타고.... 2019-07-31





꼬마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처음엔 집에서부터 낙산 해변까지 왕복 2시간거리, 마을을 가로질러 둑방 자전거 길에 오르면 그 다음부터는 거의 직선으로 해변까지 도달할 수 있다. 가을이면 연어가 올라오는 내린 천이 바다에 닿을 때까지 그 풍경을 감상하며 굵은 벚꽃나무가 가로수처럼 펼쳐진 길을 달릴 수 있다. 중간에 내린 천으로 내려가 생태 관찰 길을 따라 좀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그곳엔 어른 크기만 한 갈대숲이 있어 자신이 섬 한 복판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내린 천의 거의 끝 부분에 다다르면 폭이 아주 넓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바다와 만난다. 이곳엔 길지만 폭이 좁은 하얀 모래 언덕이 마치 내천과 바다의 경계를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자전거 길은 이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해변 안쪽 도로로 이어진다. 사람이 많지 않을 땐  해변 위쪽에 만들어 놓은 나무 길을 따라 낙산사 바로 아래까지 바다를 끼고 달릴 수 있다. 속도를 낼 필요도 없다. 하얀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 외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걷는 것처럼 그렇게 달리면 된다. 사실 이 해변 길을 산책하기엔 가장 좋은 시간은 해지기 바로 전, 바람이 일어 파도가 부서지면 마치 하얀 물방울들을 온 해변에 뿌려 놓는 모습인데 지는 햇볕에 역광으로 반짝이는 모습이 몽환적이다. 그 속을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해변을 지나면 자전거 길은 낙산사가 있는 소나무 동산을 끼고 언덕을 올라 설악 해변과 후진 항 쪽으로 이어진다. 언덕길이 좀 힘들긴 하지만 그 것은 잠시, 바로 내리막으로 이어져 신나게 동해 바람을 즐길 수 있다. 후진 항에서 정암 해변으로 이어지고 다시 물치 항으로 이어지는 자전거길. 나는 이 구간의 길을 가장 좋아한다. 바다를 가장 가까이 끼고 달리 수 있기 때문이고 신선한 바다 향과 거대하게 일렁이는 파도가 서서히 움직이는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해변에 있는 자갈들이 파도에 쓸리면서 내는 소리가 좋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둥근 돌들은 만들어 진 것인지... 이곳에선 이것에 “몽돌”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가끔 자갈 해변으로 내려가 파도 가까이에 발을 뻗고 먼 바다를 응시하면 자전거로 달리던 풍경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 든다. 바로 발 앞에서 부서지는 파도와 이 때문에 돌들이 쓸리는 소리가 모든 주변의 소리를 잠재운다. 하지만 시끄럽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으니 자연의 소리엔 어떤 마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아름다운 길을 지나면 제법 많이 알려진 대포 항까지 갈 수 있다. 이곳은 반달 모양의 항구 주변으로 회집과 수산물 시장들이 발달해 있어  잘 알려진 곳이다. 자전거 길은 이 반달 모양을 그대로 달려 휘어지면서 등대까지 연결된다. 항구엔 항상 두 개의 등대가 있다. 나가는 배와 들어오는 배의 길잡이 역할로 붉은 색과 흰색으로 구별해 놓고 있다. 대포 항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아주 작은 항구가 바로 옹치 항이다. 바위산 아래 숨겨 놓은 보물처럼 조용하면서 정갈한 느낌을 주고 항구의 물도 아주 깨끗해 바닥이 훤히 드려다 보인다. 여기서부터 속초 해변까지 이어지는 산책로가 바닷가 쪽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좁은 길이라 자전거론 갈 수 없다. 내 자전거는 접을 수 있는 꼬마 자전거라 이 항구에서 만난 어르신 두 분이 자전거가 작으니 갈 수 있다고 조언해준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산책로에 들어섰다가 계속이어 진 나무 계단 때문에 자전거를 업고(?) 산책을 해야 했었다. 좀 힘들긴 했지만 중간 중간 둥근 아치 모양으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쉬엄쉬엄 산책을 마칠 수 있었다. 바위로 이루어진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나무로 산책길을 만들어 놓은 덕에 즐거움이 있는 길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은 인간이 스스로 동력을 만들면서 나아가는 것이다. 페달은 밟는 만큼만 나가게 되어 있다. 언덕도 있고 내리막도 있어 감정의 기복을 다양하게 느낄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달리는 동안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지인이 문자를 보내 프리 솔로(Free Solo)라는 다큐를 꼭 보라고 TV상영 시간까지 알려주었다. 내용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세계최대의 거대한 화강암 바위, 엘 캐피탄(El Capitan, 914m)을 아무 안전장치 없이 맨손으로 3시간 56분 동안 오르는 여정을 다큐로 담은 것이었다. 세계적 암벽등반가인 주인공 알렉스 호놀드(Alex Honnold) 에게는 여자 친구가 있었고 그녀는 등반을 하는 같은 동료지만 잘못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안절부절 못한다. 드디어 결전의 날, 주인공은 거의 무표정으로 등반을 시작한다. 맨몸으로 수직에 가까운 거대한 바위 절벽을 오르고 내리고 옆으로 이동하는 순간들을 내셔널 지오그래픽 팀들이 모두 영상에 담았다. 나도 그랬지만 멀리서 영상을 찍는 카메라맨은 자신이 찍고 있지만 차마 화면을 내내 보지 못하고 눈을 옆으로 돌리고 가끔씩 화면을 확인했다. 그러다 어려운 구간을 넘으면 돌렸던 고개를 다시 화면으로 옮기는 과정을 주인공이 오르는 동안 계속 반복했다. 정말 주인공 못지않게 보는 사람들을 숨죽이게 하는 여정이었다. 단 일분일초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수백 미터 절벽 아래로 그대로 추락하는 상황, 드디어 주인공이 모든 어려운 구간을 지나 정상에 도착했을 때 도전자나 이를 지켜본 모든 팀들의 얼굴엔 안도와 기쁨의 표정이 역역했다. 그리고 하는 질문,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인지... 도전한 사람도 이 과정을 촬영한 사람도 이 물음에 답을 하진 않지만 모두가 느끼는 공감은 있었다. 쫄깃해진 심장이 서서히 풀어지면서 환한 미소로 바뀌고 인간이 불가능한 것에 도전해 얻어낸 성취감은 최고의 아름그리고 짧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또 다른 도전꺼리를 찾아본단다. 한번 깊이 빠진, 그래서 그 감정의 끝을 본 인간들은 중독성이 생기는 가 보다. 지인 덕분에 여름 더위를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감동을 얻은 그런 다큐였다.
내가 만약 꼬마자전거로 우리나라를 종단하고 세계 일주를 한다면 이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여름은 덥지만 생명력이 충만해 있어 좋다. 온 자연이 살아있는 느낌이다. 다시 바다로 나가야 되겠다. 꼬마 자전거를 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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