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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16년만의 만남에서 마신 와인들....
16년만의 만남에서 마신 와인들.... 2019-12-15




반가운 만남을 가졌다. 16년 전 함께 프랑스 여행을 했던 분들과 자리를 함께 한 것. 서울에서 출발해 파리에 도착, 버스로 옮겨 타고 프랑스 중부 지방에서 첫날밤을 보냈었다. 둘째 날부터 보르도 지역을 거쳐 남프랑스를 돌아 니스와 예술가들의 마을 생 폴 마을을 지나 론과 부르곤뉴 지방을 거처 파리로 돌아오는 10일간의 대장정이었다.


여행 중간에 잊지 못할 사건도 있었다. 일행 중 한분이 랑게독 지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카르카손 성에서 저녁을 드시다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시게 되었는데 너무 순식간 일이라 모두 무척 당황했었다. 다음날 남은 일행들은 일정대로 움직여야만 했는데 그 때 한분이 “다음은 제 차례가 될 수도 있으니 남은 기간 잘 여행합시다!”라는 멘트로 침울했던 분위기를 전환시켜  다시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오늘 만남을 요청한 회장님이 바로 이 멘트의 주인공이었다. 물론 그 당시보다 조금 더 흰머리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건강을 유지하고 계셨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들어섰을 때 입구에서 바로 알아볼 수 있었으니 16년 세월이 무상했다. 이미 와계신 사모님들의 모습은 바로 며칠 전 만난 것처럼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때 알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세월의 속도가 느리게 진행된다는 것을... 어쩌면 늘 가꾸고 또한 레드 와인을 즐겨 드신 덕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16년 만에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와인을 마시면 좋을까 생각했었다. 마실 와인을 미리 준비하신다고 내게 이름을 보내달라고 하셔서 3가지 와인을 추천했다. 보르도 와인과 론 와인 그리고 부르곤뉴 와인이었다. 마치 16년 전 여행했던 프랑스 지역을 와인을 통해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 중 첫 번째 방문한 와이너리가 까즈 가문이 운영하는 보르도 뽀이약 지방의 샤또 린슈 바주(Chateau Lynch Bage)였다. 그래서 오늘 준비한 것은 2014년 린슈바주, 아직 마시기엔 좀 영했지만 어려운 빈티지가 아니었기 때문에 30분 이상 열어두면 지금 즐겁게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론 지역 와인은 남부 론에서 가장 유명한 샤또네프 듀 빠쁘 지역의 샤또 가브리에 프리스티지 2011년을 추천했다. 농밀한 남프랑스의 맛과 향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세 번째 와인으로 부르곤뉴 모레이 생드니 마을에 있는 그랑크류 끌로 생 드니(Clos Saint-denis), 2010 이었다. 처음 오픈하고 10분 정도 지나자 잔에서 피노의 향이 퍼지면서 입안에선 조밀하면서도 섬세한 맛이 느껴져 모두 좋아하셨다. 맑고 진한 벽돌색에 산미가 약간 돌출하긴 했지만 숙성된 부드러운 타닌과 균형을 잘 이루어 주었다. 마지막 와인은 여행은 같이 못하셨지만 여행 후기를 귀가 따갑도록 들은 부부가 모임에 참석하며 바롤로(Domenico Clerico Barolo Ciabot Mentin Ginestra 2014) 한 병을 챙겨 오셨다. 이미 여러 번 바롤로 와인을 드신 경험이 있는 분이여서 와인이 열리는 시간을 감안해 집에서 미리 오픈해 두셨다가 가져 오셨다. 와인은 오픈한지 3시간 정도 지나 우리 테이블에서 잔에 채워졌다. 바롤로 치아보는 명가의 바롤로를 만드는 몽포르테 달바 (Monforte d'Alba) 지역에 속해있는데 현대적인 바롤로 스타일의 맛을 보여주었다. 보통 바롤로는 10년 이상 되어야 맛을 내기 시작하고 좋은 바롤로는 30년 이상 숙성되어야 그 진가가 나온다. 오늘 바롤로는 이미 3시간 정도 지났기 때문에 충분히 열려있어 입감이 아주 좋았다. 적당한 산미와 균형감이 입안 전체에서 기분 좋게 느껴졌다. 적어도 20년 정도는 충분히 숙성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와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늘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모두 7분, 그 중 4분이 여성인데 와인들을 아주 즐겁게 적당히 잘 마셨다. 나를 포함 8명이 두 시간 정도 저녁을 먹으며 마신 와인이 모두 4병이니 반병 정도씩은 마셨다. 하지만 누구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특히 여성분들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는데 붉게 변한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오늘 보여 준 주력만 보면 젊은 사람 못지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20년 후 이분들과 같은 건강을 가질 수 있을는지........


헤어지기 전 이분들이 내게 제안을 하나 했다. 내가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년 10월에 함께 와인 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구체적인 지역도 나왔다. 보르도와 스페인 북부를 연결해서 와인과 문화 예술을 겸한 여행을 해보자는 의견이었다. 나도 좋다는 생각을 했지만 소규모 그룹만 기획했었기 때문에 10명 이상이 함께 여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확신이 바로 서지는 않았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기획안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분들과는 두 달에 한번 정도 모임을 갖자고 했으니 그때마다 구체적인 사항들을 논의하면 될 것 같다. 와인 여행이기 때문에 와인에 대한 교육도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임 때마다 한 30분 정도 시간을 배려해 와인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보여 줄 기회도 갖고 싶다. 우선 이 그룹의 가명을 “골든 와인 클럽”이라 지었다. 그리고 파일 박스를 만들어 관련 정보들을 하나하나 모으기로 했다. 과연 내년에 이분들과 와인 여행을  정말 실현할 수 있을까? 꿈꾸며 기다려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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