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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일어나는 와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놓은 곳입니다.
양양 소나무 숲속 산책길
양양 소나무 숲속 산책길 2022-04-12




내가 살고 있는 내곡리엔 긴 소나무 산책길이 있다. 풀코스로 천천이 돌면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시작과 끝나는 곳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다양한 코스가 만들어 진다.  


주로 내가 이용하는 길은 1~1시간 30분 거리. 언덕을 올라 본격적으로 소나무 숲길이 이어지는 길은 한가하고 나무 그림자들로 꽉차있는 풍경이다. 푸른 솔잎 덕분에 겨울에도 생기가 느껴지는 길인데 눈이라도 내리면 작은 설국이 펼쳐져 푸근함까지 느낄 수 있다. 이 길 언덕 끝에는 작은 검은 비석 하나가 소나무 아래 놓여 있다. 수목장, 비석위에는 죽은 이의 이름과 삶을 영위했던 기간 그리고  두 자녀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그의 생애는 그리 길지 않았다. 1961.09.2 ~ 2000.11.24. 태어난 년도는 나보다 1년 앞섰지만 이른 나이에 명을 달리 했다.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 삶을 공유했지만 그는 떠났고 나는 아직까지 20년 이상 더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묘비를 지나면 언덕 길은 거의 없다. 가을에 밤을 실하게 주울 수 있는 장소가 있는 것을 제외하곤 소나무들로 이어진 작은 오솔길이 굽어진 모양으로 숲을 가로 지르고 있다. 오가다 걷고 있는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하지만 자주는 아니다. 그래서 오로지 아무 생각없이 자연 소리를 들으며 거닐 수 있다. 이 길에는 몇 개 교차점이 있는데 잘 못들어서면 숲이 무성한 여름엔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이 곳에 온지 얼마 안되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가 엉뚱한 곳으로 빠져 다시  찾아오는데까지 길없는 숲 속을 1시간이상 헤멘적이 있다. 그뒤로는 그런 행동은 자제하는 편이다. 


이 산책길의 중간 지점엔 약수터가 하나 있다. 이름은 모노골 샘터, 물맛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지만 산에서 직접 내려오면서 걸러진 물이니  마시는데는 지장이 없다. 이 약수터에서 더 이상 숲길을 걷고 싶지 않다면 농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 올 수 있다. 농로 중간엔 내가 가끔 사먹는 유정란을 파는 농가가 있고 그 앞으론 부지런한 어르신 한분이 늘 가꾸고 있는 두 마지기 논이 있다. 어르신은 자전거에 삽을 달고와  고랑을 정리하고 물관리도 한다. 이논에서 한해 300만원 정도의 수익이 있다는데 비료와 기계 사용료를 제하면 남는 것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어르신은 매년 이곳에서 일을 한다. 습관처럼... 


요즘같은 봄날엔 쑥들이 많이 나오고 냉이, 고들빼기 ,민들래를 캐는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데  근처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산책길에 재미삼아 캐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띈다. 쭈구리고 앉아 남여가 무엇을 캐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은지.. 물론 뱀이라도 나타나면 질겁하겠지만 .... 


나는 이곳 생활이 4년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말에는 여기를 떠나게 될것 같은데 또 어느 곳의 어떤 숲을 만나게 될지... 나이가 들면서 너무 외진곳은 삶의 장소로 피하게 된다. 사람들이 가까이 있는 곳에서 그들과 이웃하며 보내고 싶다. 아마 이곳을 떠나면 당분간 많이 생각날 것이다. 소나무 숲 길, 밤나무 그리고 산책길에 우연히 자주 지나쳤던 방울단 아줌마의 지속적이면서도 씩씩했던 모습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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