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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deaux en primeur란?

Bordeaux en primeur란?Bordeaux en primeur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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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르도의 최고의 선물 시장(Primeurs) 란?
    매년 보르도에서는 3월 마지막 주, 1주일 동안 와인 선물 시장을 겨냥한 시음 행사가 열리고 있다. 행사 주체는 1973년에 창설된 보르도 최대 협회인 유니언 데 그랑 크뤼 드 보르도(L’Union des Grands Crus de Bordeaux, 일명 UGCB). 보르도 전역에는 10000개의 샤또들과 57개 A.O.C(원산지 명칭)이 있지만 이들 중 협회에 가입하고 있는 7개 지역 132개 샤또가 행사 동안 참여하고 있다. 참가 샤또들은 주로 1855년 최상급으로 분류된 그랑 크뤼들과 1855년 분류에서는 빠져 있었지만 품질이 우수한 동급의 샤또들이 포함된다. 협회 주체로 시음 회가 창설된 해는 1980년으로 매년 참가 인원이 늘어나 현재는 전 세계 5000개의 수입 사들과 20여 개국에서 온 100여명의 와인 전문 기자들이 참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필자가 99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참가하고 있으며 샤또 오너 및 외국 와인 기자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와인의 황제로 불리는 로버트 파커도 이 기간 동안 배럴 시음(병 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접 오크 통으로부터 샘플을 뽑아 시음하는 것)을 통해 얻은 점수를 소비자들에게 발표해 구매 가이드를 해줌으로써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협회 자료에 따르면 매년 이 기간 동안 보르도를 찾아 오는 와인 관련자는 16000명(2005년 기준) 정도가 되고 있다고 한다.
    시음 행사
    시음 행사는 크게 둘로 나누어져 있다. 첫 그룹은 보르도 중개상이 전세계 와인 수입 관계자들에게 초대장을 보내 이루어 진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몇몇 수입업자들이 초대를 받아 참가하고 있다. 시음은 각 지역별로 샘플을 한 곳에 모아 여러 장소를 이동하는 수고를 덜게 해 준다. 참가한 사람들은 어떤 와인을 얼마만큼 구매할 것인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자신만의 시음 노트로 구매하려는 와인의 품질도 직접 알아보고 의견 또한 얻을 수 있다.
    또 다른 그룹은 전세계 와인 칼럼니스트를 대상으로 초대한 인사들이다. 초청장은 협회가 직접 보내주며 100여명의 전문가들은 5개 정도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별로 이동하면서 정해진 장소에서 보르도의 7개 지역 (메독, 그라브, 페싹 레오냥, 생떼밀리옹, 포므롤, 쏘테른, 바르싹)와인을 시음 한다. 보통 20~30명 정도가 한 장소에서 시음을 하는데 중개상 그룹과는 다르게 아주 조용한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각자가 느끼고 노트한 내용은 즉시 자신의 와인 잡지로 보내 그 해 빈티지의 품질과 특징에 대해 자세하게 전하게 된다. 일종에 보르도 협회에서 전세계 와인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 그룹에 초대된 기자 중에는 초창기부터 참석해 각 해의 빈티지 특징을 머리 속에 정리해 놓고 있는 전문가도 있다. 이들은 주로 프랑스와 가까이에 있는 유럽(특히 영국, 벨기에, 스위스)에서 온 기자들이 많이 있다. 개중에는 거드름을 피우는 전문가도 있지만 대부분 자신들의 색깔이 분명한 까다로운 사람들이다. 요즘은 미국 기자들도 많이 보이고 있으며 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일본과 홍콩의 와인 잡지 기자들이 참석했고 중국과 대만은 몇 년 전부터 2~3명이 참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3년 전부터 매년 한 두 명의 와인 칼럼을 쓰는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선물 시장을 위한 시음이니만큼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샘플이다. 사실 이 문제 때문에 샤또들은 가끔 구설 수에 오르기도 하는데 특히 파커와 같은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이 왔을 경우 여러 배럴 중에서 파커만을 위한 배럴이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있었던 적도 있다. 어쨌든 이 기간 중 사용되는 모든 샘플은 샤또에서 직접 공수하게 된다. 포도는 매년 9월과 10월에 걸쳐 수확을 하고 포도당을 알코올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쳐 색을 껍질에서 추출하고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젖산발효 과정을 거쳐 작은 오크 통에서 숙성 단계로 들어간다. 선물을 위한 시음이 다음해 3월에 이루어 지므로 오크 통에서 숙성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는 와인을 병에 담아 샤또의 레이블을 붙이고 행사가 있는 장소로 보내는 것이다. 때문에 와인은 완성된 단계가 아니며 그 때문에 시음하는데 무척 힘이 든다. 협회에 등록 되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샤또들도 이 기간 중 시음 할 수 있는데 개인적인 예약이 필요하다. 때문에 처음 참석한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시음에 참석하고 명성이 있는 기자들과 한 그룹이 되면 좋은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예약이 필요한 샤또로는 마고, 라뚜르, 무똥, 라피트, 오브리옹등 특등 급이고 이들이 내 놓는 샘플 방식도 같다. 그러나 샤또 관계자와 일대일로 대화할 수 있고 빈티지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와인 메이커와도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개인적인 와인에 지식이며 그 지식을 상대방에게 전할 수 있는 언어 능력이다. 아무리 와인에 대해 많이 알아도 적절한 질문을 할 수 없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한정되게 마련이다. 또한 질문이 전문적이 아니면 샤또 관계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없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니겠는가?
    지역별 시음 
    전문 기자들의 시음은 병의 레이블을 가리고 하는 블라인드 시음과 오픈 된 상태에서 하는 두 가지가 있어 각자 좋아하는 스타일대로 선택하면 된다. 물론 시음 후 와인 병들은 공개되고 자신이 노트한 내용과 샤또의 품질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알아본다. 첫 시음은 월요일 오후 달콤한 쏘떼른, 바르싹 지역부터 시작 된다. 이들 와인은 식 전후에 모두 즐길 수 있으므로 좋은 해든 어려운 해든 달콤함으로 유혹하는데 시음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꽤나 어려운 시간이다. 모든 와인이 단 것이 기본이므로 무엇으로 좋은 와인을 찾을 것인지.. 그러나 점차 경험이 많아지면서 단맛과 더불어 나타나는 산도의 상쾌함을 찾아내고 더 나가 달콤함의 정도, 복잡한 향, 그리고 이 전체가 어우러지는 균형으로 그 해의 품질과 각 샤또의 품질을 알 수 있다. 이 첫 공식적인 시음 행사가 끝나면 저녁에 협회에 가입 되어 있는 모든 샤또의 오너 또는 대표들과 협회가 초대한 기자들이 한 샤또에 모여 환영 만찬을 연다. 이때 300여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하게 되는데 보르도에서는 흔한 일이므로 전문화된 케이터링 업체에서 전 식과 본 식, 치즈와 후식을 코스별로 내 놓는다. 와인은 참석하는 샤또에서 모두 각각 몇 병씩 들고 오기 때문에 수 백병의 그랑 크뤼 와인들로 넘쳐난다. 그리고 주최한 샤또에서는 참석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빈티지의 와인을 제공한다. 자리는 주빈 석 한 테이블을 제외하고는 예약된 것이 없다. 만찬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면 모두 테이블 쪽으로 이동하는데 각 테이블에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샤또끼리 앉는 것이 보통이고 그 사이사이에 기자들이 동석한다. 식사를 하면서도 샤또에서 갖고 온 다양한 빈티지들을 마시면서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아무리 보르도에 함께 살더라도 한자리에서 많은 와인을 동시에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오너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 기자들에게는 말 할 것도 없다. 만찬은 금요일 오전까지 힘든 시음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에 경려하는 의미라 볼 수 있는데 좋은 첫 인상을 갖게 하려는 의도도 있겠다. 이 날 각 샤또에서 들고 온 와인들은 한 곳에 모아두었다가 각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갖고 가는데 좋은 와인은 금방 동이 나므로 재빠르게 그러나 튀지 않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행한 것은 첫 코스가 끝나고 와인을 모아둔 곳에 가보면 보통 10개 정도의 샤또 와인들이 주인을 못 찾고 기다리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필자는 그래도 그 중 서울에서는 귀한 것을 한 병 골라 테이블로 갖고 오면 역시 반응은 싸늘하다. 이 와인을 만든 오너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 하지만 풍요로움 앞에서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만찬은 일반적인 프랑스 저녁 식사 시간보다 좀 이르게 끝난다. 몇 년 전만해도 보통 7시에 시작해 자정이 되야 끝이 났지만 경찰들이 이 모임을 주시하고 음주 단속을 한다는 소문과 누구누구가 실제로 걸렸다는 소문 때문에 요새는 적게 마시고 11시 전에 파장을 한다. 이유는 내일부터 있을 장거리 시음 때문에 기자들이 피곤할거란 배려(?)때문이라지만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음날 오전 10시부터 시음은 강도 높게 시작 된다. 첫 프로그램이 좀 가벼운 그라브와 생떼밀리옹부터 하게 되면 덜 부담스럽다. 레드와 화이트 와인이 함께 생산되는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토양에 자갈이 많이 있어 이름 지어졌는데 그 속에서 가장 노른자인 페싹 레오냥이 독립적인 AOC로 80년대 중반 지정되었다. 그만큼 풀질을 인정한 경우인데 메독 와인보다는 좀 가벼워 시음 시 혀의 피곤함이 덜하다. 이 지역의 샤또들은 화이트와 레드 모두를 생산하기 때문에 50종 정도의 와인을 시음하는데 매년 화이트와 레드 와인이 모두 좋은 년도가 드물기 때문에 희비는 항상 엇갈리게 된다. 2001년과 2007 빈티지는 특히 화이트 와인이 두드러진 해이기도 하다. 이 지역 레드 와인들은 잔잔함 속에 내면의 힘을 비축하고 있어 첫 맛이 강하지는 않지만 좋은 연도는 매력적인 여인을 접하는듯하다. 화이트는 엷은 녹색을 가미하며 쏘비뇽 특유의 톡 쏘는 매력을 처음부터 잘 보여준다. 반면 레드는 싱싱한 포도에서 방금 튀어나온 보라와 진한 자주 빛을 띠며 좋은 해에는 스모키 향이 강하게 올라온다. 화이트는 주로 쏘비뇽 블랑과 세미용을 쓰고, 레드는 까베르네 쏘비뇽과 메를로가 지배적이다. 많이 알려진 샤또로는 도멘 드 슈발리에, 스미스 오라피트, 까르보니외, 오 바이, 파프 클레멍등이 있고 이 지역 최고의 와인인 오 브리옹과 미씨옹 오 브리옹을 이 기간 동안 방문 시음할 수 있다.
    그라브 위 지역은 보르도 와인을 대표하는 메독 지역으로 마고부터 생떼스테프까지 너무 많은 샤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2틀에 걸쳐서 오전 동안 공식 시음이 있다. 반면 오후에는 자유롭게 최상등급 샤또들을 방문하던가 크뤼 부르주 와인을 시음 할 수 있다. 물론 예약은 각자가 해야 되고 유명 기자들은 이 시간 동안 최고급 샤또들을 찾아 다니며 개인적인 시음 노트를 완성한다. 와인 시음은 여성적이면서 부드러운 마고 지역부터 최고의 강성 지역인 포이약을 거쳐 거친 맛이 나는 생떼스테프 지역에서 끝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마을 마다 AOC가 있어 이 지역의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지역 역시 타닌이 강한 까베르네 쏘비뇽이 주 품종이고 과일 향, 매운 향, 진한 색을 잘 반영하는 메를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샤또 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마고의 부드러움이 위 지역으로 가면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데 이는 토양에 따라 품질에 차이가 있고 이들을 서로 섞는 농도에 차이 때문이다. 이 곳에는 유명 특등 급 샤또(마고, 라뚜르, 무똥 로칠드, 라피트 로칠드)들이 줄지어 있다. 반면에 생떼밀리옹과 포므롤 지역은 메를로를 주 품종으로 사용하는데 특히 포므롤은 메를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이 지역 와인들은 메독 보다는 숙성 기간이 짧은데 5년 기간 내에 마시면 좋은 와인들과 10년 이상까지 숙성해도 좋은 와인들이 있다. 중요 샤또로는 샤또 오존과 슈발 블랑, 그리고 세계적인 페트뤼스와 르 팽이 버티고 있다. 완성되지 않은 와인 시음은 사실 무척 피곤하고 어렵다. 특히 어려운 해는 균형이 잘 맞지 않아 혀가 느끼는 피곤함이 훨씬 심하며 각 포도들의 환경과 완숙 정도에 따라 맛에 차이가 많이 나타난다. 10년 전만해도 이 지역 와인들은 좀 이른 시기에 수확을 했는데 보통 10월 정도에 비가 오는 날씨가 이어지므로 와인이 묽어 질것을 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역을 대표하는 일명 < 플라잉 와인 메이커, 미쉘 롤랑>이 주장하는 포도의 완숙이 많은 영향을 미쳐 오너들은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날씨 통보를 주시하며 수확을 미룬다. 이 결과 품질이 향상 된 것은 사실이나 전체적으로 개성을 잃어가는 것 또한 염려스러운 일 중에 하나가 되고 있다.
    선물 시장에 나오는 시음 샘플들로 전문가들이 예측해야 하는 것은 이 와인들의 생명력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숙성시킬 수 있는지가 큰 관건인데 이 점을 한번의 시음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움 있기 때문에 오랜 시음 경험이 필요하다. 시음 동안 작은 차이들을 느끼고 이것들이 와인 생명력에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를 알려면 전문적인 분석 능력이 있어야 하고 개인적인 감 또한 예민함을 가져야 한다. 마치 어린 아이를 보고 이들이 성장하면 어떤 어른이 될 것인지 짐작하는 것과 같다. 손발이 큰 아이, 울음소리가 좋은 아이, 이마가 잘 생긴 아이 또는 관상이 좋은 아이, 아니면 사주팔자가 좋은 아이의 인생에 대해 미리 예견하는 것과 같다. 동양적으로 접근하면 그렇다. 그러나 서양적인 면은 좀 다르다. 보르도 와인들의 긴 생명력은 테루아(포도가 자라는 환경을 총칭)를 잘 알아야 하는데 각 샤또가 소유하고 있는 포도밭과 그 해의 날씨를 잘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매년 시음 기간 동안 보르도 양조학 교수의 그 해 빈티지에 대한 세미나가 3시간 정도 포함되어 있다. 전반적인 날씨의 변화와 그에 따른 각 포도들의 영향을 분석해 준다. 보르도 와인이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 와인이므로 각 포도들의 그 해 특성을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일 수 있다. 보통 조생종인 메를로가 충분하게 잘 익으면 생떼밀리옹이나 포므롤에 미소가 보이고 만생종인 까베르네 쏘비뇽이 좋은 해에는 매독 지역에 손이 올라간다. 물론 날씨가 아주 좋아 메를로와 까베르네 모두가 좋은 해(예 2000과 2005년)에는 모든 샤또 오너들, 특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샤또들의 오너도 웃음이 만발했었다. 대신에 둘 다 많이 어려운 해에는 되도록이면 중간은 가는 해라고 홍보하느라 모두들 여념이 없다. 요새는 알게 모르게 어려운 해일수록 파커가 좋아하는 스타일로 와인을 만든다는 설까지 있다. 그 만큼 상업적인 것 아니겠는가     모든 지역의 시음이 금요일 오전에 마무리 되고 그 동안 수고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점심을 함께하게 된다. 그 동안 시음 일정으로 혀와 이는 검붉은 자주색으로 물들었지만 샤또 오너들은 이 모습을 보기를 좋아한다. 식사는 첫날 만찬 때와 같이 이루어지며 와인도 역시 오너들이 갖고 온다. 선택 받지 못하는 와인도 여전히 있지만 모두들 즐겁게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다. 떠나면서 나누는 공통된 인사는 « 내년에 다시 보자 »다. 필자는 이런 시간들의 반복으로 10년 동안 꾸준하게 참석한 결과 보르도 빈티지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매년 새롭게 알게 되는 샤또 오너들과 친분을 갖게 되어 이제는 제법 많은 샤또들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도 있고 주인이 바뀐 샤또도 있고 맛이 좋아진 샤또, 오너가 결혼한 샤또, 재정적으로 힘들어진 샤또도 있다. 세월과 더불어 샤또도 변화하고 그들 와인도 자연스럽게 숙성이 되어 간다. 요사이 보르도를 방문하면 96년도 빈티지나 2001년, 2003년을 주로 식사에 내 놓는다. 여기에는 이들만의 이유가 있는데 좋은 보르도 와인의 시음 적정시기를 10년 정도로 보고 지금 마시기에 적당한 년도가 1996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2001년은 2000년 보다는 못하지만 훌륭하다는 것을, 2003년은 젊지만 지금 마시면 좋다는 의미에서 내놓는 것이다. 강요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빈티지를 시음하게 함으로써 느낌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보르도의 그랑 크뤼 와인들은 선물 시장(50%선불, 50% 후불 지급)을 통해 자신들의 재정을 미리 확보할 수 있어 좋고 소비자는 좀더 좋은 가격으로 원하는 와인을 구매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그 중간에는 어떤 와인의 가격이 오르고 어떤 와인이 그대로 머무를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로보트 파커가 유명하게 된 것도 그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가이드 역할을 잘 해주기 때문이다. 요즘 선물 시장은 너무 상업화되어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 오르고 있다. 원인이야 많이 있지만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보르도 전체 와인이 아닌 특정 샤또들에 편중 되어 있다. 좋은 방향은 아닌 것 같다. 보르도 와인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만여 개의 샤또가 있으며 소비자의 선택은 무궁무진하다. 진정으로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와인이 갖고 있는 그 순수성에 자신의 중심이 연결되기 마련이다. 다양한 인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각국의 문화가 다양한 것처럼 우리가 즐기는 와인도 좀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필자는 그 동안의 시음 경험을 통해 많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와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싶다.

    보르도 빈티지의 오해와 진실
    보르도 와인은 숙성이 되어 가면서 그 진가를 느끼게 된다. 이것은 초창기 와인이 보여주지 않았던 많은 모습들을 시간이 흘러 보여줌으로써 그 가치에 대해 새롭게 느끼는 것인데 이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2000년 이후 빈티지들에 대해 좀더 확신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모두 정확할 수는 없지만 과거 사람들의 판단과 현실의 차이는 분명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진실은......
    2000/ 지금 와인을 연다 해도 모든 와인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일부 특히 보디가 강하지 않은 샤또의 와인들은 마실 수 있지만 강성의 와인들은 아직 더 기다려야 한다. 또한 높은 품질이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너무 올라 있어 그만큼의 역할을 할지는 아직 의문이다. 아마도 천천히 숙성이 될 것이기 때문에 끈기 있게 기다려야 되는 빈티지다. 반면 보르도 전역에 걸쳐 고르게 좋은 품질의 와인이 생산된 것에는 이견이 없다.
    2001/ 2000년과 비교했을 때 분명 농축 미는 떨어지지만 감칠맛 나는 산도는 눈에 띄는 해였다. 일부 샤또은 지금 마셔도 아주 좋고 좀더 숙성을 해도 떨어짐이 없을 것 같다. 샤또에 따라 편차가 좀 심한 편인데 자기만의 개성이 있는 빈티지임에는 분명하다. 가격 또한 적당했으므로 7년이 지난 지금 서울의 와인 바에서 이 빈티지들을 찾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미 소진된 상태이다. 사실 2000년의 명성 때문에 빛을 못 봤지만 나중에 그 품질을 인정받은 해이기도 하다.
    2002/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운 해에 속한다. 와인은 너무 묽고 균형감도 좋지 않으며 특이한 매력도 없다. 반면에 선물 시장에서의 가격도 그리 싸지 않았었다. 필자가 이 빈티지를 처음 시음 했을 때 샤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했었다. 먼저 시음을 마치고 영국 와인 전문가 잰시스 로빈슨과 대화하며 파커 스타일로 일관했다는데 이견이 없었던 것을 기억한다. 물론 오너들과 와인 메이커들은 부정했지만 맛을 속일 수는 없었다. 어려운 해였기 때문에 이해는 했지만 ...... 2년 뒤에 서울에서 다시 정상상태의 와인을 시음 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다. 매력적인 빈티지는 아니다.
    2003/ 말이 무척 많았던 해다. 너무 더운 이상기온으로 조기 수확을 해야 했고 덕분에 포도들은 제대로 완숙될 수가 없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신대륙 쪽에서 이 빈티지를 높게 평가한 것. 신대륙의 날씨와 비슷한 조건에서 프랑스 양조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기 때문에 높이 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산도가 많이 부족해 균형이 맞지 않았고 감칠맛이 없이 밋밋함을 보여주었다. 일부 샤또가 포도밭에서의 철저한 관리로 고품질의 와인을 얻기는 했으나 많은 샤또들이 조기에 마셔야 되는 빈티지로 여기고 있다. 이 같은 결론을 지금 적용해보면 중상 급 보르도 와인들에서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물론 최고급 와인들은 좀더 기다릴 수 있다. 이전에 보르도 와인에서 느낄 수 없었던 농축된 과일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특이한 해.
    2004/ 전반적으로 특징이 없는 해이기도 하다. 모든 요소들이 부족함 없이 있기는 하지만 맛의 결정력이 부족하고 때문에 마시면서 만족도를 느끼기 어려운 해다. 2002년과 비교할 수 있지만 블랜딩 하는 포도 품종들의 편차가 심해 전체적인 조화가 두드러지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맛을 보면 어려운 빈티지 였음을 바로 인식할 수 있고 또한 오래 숙성 시킬 수 있는 힘을 보유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개성이 부족한 해로 정의 할 수 있다.
    2005/ 필자가 시음에 참석했던 이후로 혀의 피곤한 정도가 가장 적었던 해였다. 그만큼 균형이 잘 잡혀있었기에 모든 면에서 품격 있는 맛과 향을 보여주었다. 샤또는 수확량도 좋았기 때문에 더더욱 신명 났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너무 올라 있는 상태. 올해부터 출시가 시작 되어 시음을 해봤지만 좋은 해인 것은 확실하다. 오래 보관도 가능할 것이며 보기 드문 해가 되리라 생각 한다. 문제는 가격인데 더불어 유로화의 상승으로 수입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품질은 100점, 가격은 80점 정도로 본다.
    2006/ 2005년 빈티지가 너무 화려했기 때문에 2001년처럼 뭍일 수도 있었지만 두 가지 특징이 다르게 나타난다. 첫째는 일부 샤또들이 수확량을 대폭 줄이고 품질 위주로 완전히 선회하면서 가격을 2005년보다 더 비싸게 책정한 곳이 있다는 것. 둘째는 이런 가격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수요추세가 높아지면서 공급이 딸렸다는 것. 물론 일부 그랑 크뤼 샤또에 한정되지만 다른 샤또에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전체적인 흐름은 주목할만한 빈티지는 아니라는 것. 그러나 샤또에 따라서 자세하게 드려다 보고 그들이 어떻게 와인을 만들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는 해이다. 소위 기술적인 차이에 따라 품질이 크게 다른 해.
    2007/ 비 정상적인 날씨가 와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준 특이한 해. 전체적인 품질은 2002년과 2004년에 비유할 수 있겠지만 일부 지역(생 쥴리앙, 포이악)은 좋은 품질을 생산했다. 까베르네가 잘 익은 해고 메를로는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일부 샤또들이 모자란 메를로 품질을 인위적으로 채우려는 시도 때문에 타닌은 강하나 중간이 비어있는 현상을 유발하기도 했다. 메를로를 많이 사용하는 강 우안 지역은 어려웠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라 포도밭에서부터 세밀한 보살핌으로 어느 정도 품질을 유지했다. 그러나 오래 숙성시키기에는 역부족인 빈티지. 선물 가격은 2006년에 비해 조금 내리기는 했지만 품질에 비하면 많이 과장된 느낌이 지배적이다. 샤또 별 차이가 심한 빈티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