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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Bordeaux Report (Ch.Pavie, Angelus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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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봄 보르도에서는 …….

    2014년 봄 보르도는 우울한 분위기로 시작했다. 4월 첫 주, 전세계 와인 전문가들이 그랑 크뤼 협회의 초청으로 2013 빈티지를 시음하기 위해 모여들었는데 품질이 예전과 같지 않아 이야기할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포도가 생장하는 기간 동안 이상 기후 현상으로 농부들을 괴롭혔고 마지막 수확시기에는 많은 비와 우박으로 큰 피해를 주었다. 때문에 이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불편한 심기와 더불어 아픔이 함께 존재해 있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빈티지 결과와는 별개로 몇몇 샤또들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를 가졌고 필자는 이 자리에 초대를 받았다. 행사는 필자가 도착한 주말 저녁과 월요일 저녁 이루어졌다.

    전통을 고수하는 샤또 안젤뤼스(Ch Angelus)

    생테밀리옹 지역에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메독 지역처럼 샤또에 등급이 매겨져 있다. 그러나 이 등급은 변화가 없는 메독 지역(1855년 이 후 단 한번 1973년 무통 로칠드가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과는 달리 10년마다 재 심사를 통해 새로운 등급이 정해 진다. 모두 4개 등급이 존재하며 그 중 최고는 등급A로 오랜 세월 동안 단 2개 샤또(샤또 오존, 샤또 슈발 블랑)만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설이 2012년 재 등급 심사 때 깨지게 되었고 이 사건은 이 지역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바로 샤또 안젤뤼스와 샤또 파비였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일이 버리진 것이고 이 때문에 등급 판정이 정의롭지 못했다는 루머도 많이 번지게 되었었지만 2013년을 거치면서 공식적으로 안정화되었다. 필자가 보르도에 도착하자마자 참석한 행사가 바로 샤또 안젤뤼스에서 가진 저녁이다. 안젤뤼스는 부아드(Boüard) 가문이 18세기에 생테밀리옹에 정착하면서 지금까지 모두 8대를 이어오며 샤또를 부흥시키고 있는 전통적인 곳이다. 지금은 사촌인 장 베르나 그르니에(Jean-Bernard Grenie)가 함께 조인해 일하고 있다. 이 샤또의 심벌은 입구에 멋지게 장식되어 있는 종탑이다. 생테밀리옹 지역이 본래 순례자들이 지나가는 거점지역이고 성스러운 곳이라 종교적인 마을이기도 하다. 이 곳에 모두 세 개의 교회가 있는데 이들이 서로 종을 울리게 되면 이 종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위치가 바로 샤또 안젤뤼스다. 그래서 이들의 레이블에는 종이 멋지게 새겨 있다. 이 전통적인 샤또가 얼마 전 내부 장식을 2년에 걸쳐 개조했고 그 모습을 오늘 저녁 와인 전문 기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 물론 등급 A로 올라간 것을 자축하는 의미도 있었다. 그 동안 조상들의 노력에 감사하고 가족간의 유대를 좀더 공고히 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식사 전 리셉션 동안 석회암의 외벽에는 생테밀리옹 와인 역사가 예술적으로 비춰져 아름다움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만찬은 셀러에서 이루어졌는데 100명 정도의 손님이 초대 되었다. 행사가 행사인 만큼 모두 안젤뤼스가 내놓을 와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오너인 위베르 드 부아드( Hubert de Boüard)는 여러 나라의 와인 컨설팅을 맞고 있어 명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오늘 만찬에 소개하는 와인들도 이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특별 와인으로 준비했다. 전 식으로 송로 버섯을 가미한 관자요리에는 2005년산 부르고뉴 코르통 샬마뉴 메그넘(1.5리터), 메인 요리인 송아지 고기와 송로 버섯을 싸서 튀긴 요리에는 샤또 안젤뤼스 2001년 더블 메그넘(3리터), 치즈 코스에는 안젤뤼스 2005, 마지막으로 디저트에는 남화공화국 스위트 와인이 서비스 되었다. 안젤뤼스 와인의 특징은 진하고 강하다는 것. 2001년 더블 메그넘이 아직도 생생하다는 것이 이 전통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전통을 넘어선 샤또 파비(Chateau Pavie)

    샤또 파비 역시 보르도 그랑 크뤼 협회가 주관하는 2013년 빈티지 시음 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하루 전 일요일, 50여명만 따로 초청해 그들이 생산하는 6종류의 2013년 와인을 시음시키고 만찬에 초대 했다. 생테밀리옹 마을 가장 중심부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오너인 제라르 페르스(GERARD PERSE)는 간단한 2013년 빈티지 브리핑을 해주었는데 50%이상 생산량이 줄었다는 것을 이야기할 때 그의 비통함이 느껴졌다. 더 이상 긴 이야기가 필요 없었던 것이다. 이날 만찬에 나온 와인은 리셉션에서 샴페인 에글리 우리에(Egly Ouriet) 2003, 화이트 와인은 소비뇽 블랑과 그리를 혼합해 독특한 향과 맛이 있는 몽부스케 2010, 음식은 화이트 아스파라거스가 나왔다. 다음 음식이 파비의 정신이란 이름의 달팽이 요리가 나왔는데 이것에 몽부스케 2000년 산이 매칭 되었다(몽부스케 역시 파비와 같은 오너다). 향이 좋았고 충분히 숙성된 맛을 보여주었으며 조밀하게 느껴지는 맛이 매력적이었다. 메인으로는 오리고기가 나왔는데 사또 파비가 지금의 오너로 바뀐 첫 빈티지 1998년을 내 놓았다. 필자는 1999년 지금의 오너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방문 한적이 있다. 그 당시 오너는 개혁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 기존에 있던 와인 생산 시설을 새롭게 개조해 생테밀리롱 스타일이 아닌 메독 스타일로 바꿔 놓았다. 이 같은 변화에 유럽의 많은 비평가들은 파비의 전통을 없앤 행위라 비난을 했고 그 중 가장 심하게 비평한 사람들이 젠시스 로빈슨, 스티븐 브로등 다수의 영국인들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새로운 파비 와인이 옛 파비가 갖고 있었던 부드럽고 전통적인 맛을 버리고 파커가 좋아하는 진하고 오크 향이 두드러지는 강한 스타일로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이런 비평 뒤에는 와인 자체를 떠나 슈퍼마켓 체인으로 많은 돈을 번 억만장자 파비 오너에 대한 어떤 천박함을 꼬집는 감도 있었다. 그러나 파카는 파비 오너의 억만 장자와인과 별개로 그의 와인 품질만 가지고 2000년 빈티지에 100점을 주었다. 결국 파커와 영국 비평가들 사이에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깊은 골이 생긴 것은 사실이나 이 전쟁(?) 덕분에 파비 와인은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 스타일은 바뀌었지만 국제적으로 인정 받는 고급 와인이 되었던 것. 결국 생테밀리옹 협회도 샤또 파비의 품질 노력과 명성을 감안 등급A의 반열에 올렸고 그랑 크뤼 협회는 2014년 봄에 있었던 엉프리뫼 공식 오프닝 디너를 샤또 파비에서 하기에 이르렀다. 331일 저녁 730분부터 이어진 오프닝 행사는 새롭게 단장한 샤또 파비 입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정면에 자랑스럽게 쓴 “Saint Emilion Grand Cru Classe A”가 그 동안의 한을 풀어주는 듯했다. 방문객들이 접한 셀러의 규모는 입을 벌리게 했다. 정열 되어 있는 오크 통들과 장식들이 억만장자가 어떤 것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층 테라스에 마련된 리셉션 장은 주변의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였다. 파비가 생테밀리옹 남쪽 언덕에 위치해 있어 이 곳에서 포도밭으로 떨어지는 붉은 해를 바라보는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 만찬은 화려한 꽃 장식으로 모든 테이블을 수 놓았고 와인은 각 샤또들이 들고 온 서로 다른 빈티지의 그랑 크뤼 와인들로 풍요로움을 더했다. 주인공인 파비에서는 치즈 코스에 샤또 파비 2006년산 메그넘을 내놓았다. 와인은 조금 닫혀 있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음식은 모두 훌륭했다. 환상적인 작은 바다 가재 요리와 메인으로 나온 어린 양고기와 송로 버섯은 최고의 맛이었다. 250명 정도가 동시에 식사하는데 이런 음식을 낸다는 것은 최고의 케터링 회사에 주문했기 때문인데 모두 이 회사의 명성을 알고 있을 정도였다. 샤또 파비는 이렇게 생테미리옹 지역에 새롭게 우뚝 서게 되었다.

    비 내리는 지롱드 강가에서

    2013년 빈티지가 어려웠던 것은 추었던 겨울 때문에 봄이 늦어져 새싹이 늦게 피어 포도의 생장 시간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햇볕이 필요한 시기에 비가 왔고 비가 필요한 시기엔 햇볕이 너무 강했으며 최종적인 수확시기에 미지근했던 날씨가 포도의 작황을 좋지 않게 했다. 비가 많이 왔지만 다행히 배수가 잘되는 토양을 가진 샤또의 포도 품질은 살아 남았으나 극히 일부였다. 메독 지방을 끼고 있는 지롱드 강가에 비가 내리면서 샤또 오너들의 마음도 함께 내려 앉았다. 조밀하게 익지 않은 와인은 단단한 구도가 없는 와인을 만들고 타닌 역시 약하고 알코올 돗수도 떨어진다. 결국 가벼운 와인이 되어 오래 저장할 수 없어 보르도가 자랑하는 긴 숙성력을 보장할 수 없다. 2013년 빈티지가 바로 이 결과로 얻어졌다. 2013년 그랑 크뤼 빈티지 시음을 모두 마치고 굿바이 점심을 한곳은 생쥴리앙에 있는 레오빌 포이페레였다. 103명의 와인 전문 기자를 포함 샤또 관계자들이 모두 모였지만 2013년 빈티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닐까? 2013년 빈티지가 한여름 소낙비처럼 한 순간 지나가는 보르도의 빈티지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잠깐이나마 농부들에게 기쁨을 주는 빈티지가 될 것인지 이들이 숙성되어 열리는 그 시간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2014년 오늘은 지롱드 강가에 비는 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