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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Bordeaux Vintage (보르도의 눈물)

2013 Bordeaux Vintage (보르도의 눈물)2013 Bordeaux Vintage (보르도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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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보르도 2013년 빈티지 시음에 가다.

    소제: 보르도의 눈물

    지난 15년 동안 필자는 매년 4월 첫째 주 보르도 엉프리뫼 시음 회(숙성중인 오크 통 상태에서 시음하는 것) 에 참석해 왔다. 올해도 변함없이 331부터 44일까지 시음에 참석했다. 일반적으로 보르도 그랑 크뤼 와인의 병 입까지는 2년 정도가 필요한데 5개월 정도 지난 지금 오크 통에서 샘플을 빼내 그 품질의 가능성을 세계 와인 기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음이 끝나면 선물 시장이 열리고 와인을 미리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와인이 인도되는 시기는 병 입을 마친 후에 이루어 진다. 얼프리뫼의 중요성은 지난 해 와인의 품질이 어떠했는가를 바로 알 수 있고 전 세계로 그 결과가 보도 되기 때문에 선물 시장가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3년도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 된 것처럼 날씨가 좋지 않은 관계로 초창기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 실체는 시음 전까지 알기 어려웠는데 결과는 필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심각했었다. 전체 생산량이 20%~50%까지 감소했고 그나마 얻은 와인들도 2000년 이후 가장 어려운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 앞에 수백 년 와인 산업의 노하우를 가진 보르도인들의 모습에서 필자가 본 것은 그들의 눈물이었다.

     

    눈물의 원천은 바로 자연이다. 오랫동안 숙성할 수 있는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 가장 기본은 포도가 잘 생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3년은 그 초기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어떤 자연 현상이 있었을까? 우선 새순이 나는 시기가 빨라야 포도가 생장하는 시기가 길어지는데 너무 늦게 이루어져 꽃이 피는 시기도 자동적으로 늦어졌다. 그리고 열매가 처음 형성이 될 때 단단하고 조밀하게 안착 되야 하는데 이 시기에 날씨의 적절한 도움이 없었다. 그래서 와인은 가볍게 되었다. 또한 수확 시기에 일조량이 많아 포도가 최종적으로 잘 익어야 하는데 결정적으로 비가 많이 왔고 우박까지 겹치는 바람에 일부 양조장들의 수확은 80%이상 감소하는 곳도 있었다. 우리나라 농부들이 가을에 추수를 앞두고 태풍이 올라와 각종 과일들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벼들이 침수하는 과정을 떠올리면 정확히 일치한다. 그 것을 바라보는 농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TV에서 보는 것처럼 소리 내어 울며 하늘을 원망하기 보다는 깊은 침묵과 더불어 망연자실하면서 눈시울이 붉게 물들이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애절함이 그리고 그 뒤에는 절망감이 엄습했음을 농부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그들은 공식석상에서 이야기할 때 비록 이런 참담한 모습을 숨기려 했지만 우울한 그들의 모든 모습을 가릴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시음으로 내 놓은 와인은 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보르도의 와인 시음은 스위트 와인을 생산하는 소테른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메를로를 많이 사용하는 생테밀리옹과 포므롤 와인지역, 그리고 좀더 카베르네 소비뇽과 카베르네 프랑 포도를 많이 사용하는 페싹레오냥 지역을 거쳐 가장 강성의 와인인 메독 지역을 끝으로 끝이 난다. 보르도 남쪽에 위치한 소테른 지역과 페싹레오냥 지역은 적 포도 작황엔 좋지 않았지만 청포도 생산에는 다소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그나마 표정이 좀 낳은 편이었다. 그러나 생테미리옹과 포므롤 지역은 메를로와 카베르네 프랑 적 포도를 브랜딩해 사용하는데 메를로의 품질이 너무 안 좋아 무척 힘들었다. 포도가 충분히 익지 않아 향긋한 과일 향이 없었고 맛에서는 신선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좋은 토양을 갖고 있는 양조장은 좀 나았다. 그래서 이 지역 양조 가들은 까베르네 프랑을 좀더 많이 사용해 맛을 끌어 올리려는 노력을 했다. 우리 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진 탈보 와인을 비롯해 라뚜르, 마고, 무통, 라피트등 명품 와인들을 생산하는 메독 지역 역시 어려움은 마찬가지였다. 품질은 대부분 양조장이 비슷한 결과를 보여주었고 농밀한 맛이 많이 결여 되어 있었다. 떫은 맛이 강한 타닌이 많은 카베르네 소비뇽을 60% 이상 사용하지만 최고 샤또의 와인도 지금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많은 양조장들이 메를로를 브랜딩하지 않았으며 카베르네 프랑이나 소비뇽만으로 와인을 만들었다. 보르도에서는 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알코올 돗수가 13%를 넘기 힘들었다. 그래서 신세계 와인들과 큰 차이를 보였고 마시면 몸에 부담이 덜했었다. 그런데 2005년 이후부터 포도의 당도가 충분히 올라간 상태에서 수확함으로써 자연적으로 알코올 농도도 함께 올라갔다. 신세계 와인들과 알코올 간격을 좁힌 것이다. 그러나 올해 설익은 포도들은 평년보다 1~2% 정도 적은 알코올 양을 보였다. 다시 옛날로 돌아간 것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전통적인 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맛에서 느껴지는 가벼움이 보르도 와인의 전통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들은 어려움을 극복하려 했을까?

     

    보르도의 선택은 포도의 선별이었다. 최대한 설익은 포도들을 골라내기 위해 최신 기계를 도입했는데 옛날에 눈과 입으로 선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포도 알 하나 하나에 카메라를 비춰 그 속까지 스캔 하면서 익은 포도 만을 골랐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수확량이 줄게 되었는데 산더미처럼 쌓인 선택 받지 못한 포도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한숨 쉬며 눈물 흘렸을 모습을 생각하면 안타깝기까지 하다. 우리 농부들이 상품성이 없는 과실들과 벼들을 바라보며 낙심하는 모습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포도만을 선별해 와인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맛을 얻지 못한 것은 포도 자체가 갖고 있는 한계였다고 볼 수 있다. 우리 농부들이 선별해 놓은 사과나 배의 맛이 예전과 같이 달고 신선함이 느껴지지 못한 것과 같다. 이 같은 결과는 와인에서 풀 냄새를 많이 동반하지만 이는 기술적으로 극복을 했고 단지 조밀함이 떨어지는 가벼운 와인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샤또중에는 이런 상황에서도 맛과 향의 균형을 잘 맞춰 훌륭한 와인을 만든 곳도 있었다. 이것은 지역마다 미세기후 현상으로 조금씩 달랐거나 테루아(토양을 포함해 포도가 생장하는 모든 자연 조건)가 좋았던 명가의 샤또들이었다. 이런 어려운 자연현상을 극복하고 특히 후손들에게 좋은 땅을 물려주기 위해 말을 사용하는 유기 농법을 추구하는 샤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2013년 소출은 일반 샤또 보다 더 적었다. 대표 유기동 샤또인 퐁테 까네의 경우 핵 타당 1500리터를 기록, 보통 4000리터 이상을 생산하는 평균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결과에 순응하며 앞으로도 계속 자연이 허락하는 양만큼만 생산할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오너는 10년 넘게 유기동을 고집하고 있고 그의 본보기로 많은 주변 샤또들이 유기 농법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에필로그

    보르도 와인의 가장 큰 장점은 오래 숙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가장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 와인들이 45년산, 61년산, 82년산 들이다. 이 빈티지들은 정말 최고의 품질을 생산할 만큼 생장 환경이 좋았다. 물론 나머지 빈티지들도 좋은 것들이 있지만 숙성력에서 이들만큼 길지는 못한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인들은 아이를 낳으면 그 해의 보르도 와인을 구입해 저장해 두었다가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파티를 하곤 한다. 영국의 퍼거슨 감독도 와인 메니아인데 이번에 그가 소장한 와인들을 경매에 내 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녀의 빈티지를 한 두 박스 준비해두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빈티지의 경우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 기려다 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아마도 몇몇 샤또들은 가능하겠지만 많은 샤또들이 그 보다는 좀더 이른 시기에 마셔야 할 것 같다. 보르도인들은 많은 어려움이 있는 해라도 그저 수 많은 보르도 빈티지들 중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 매년 보르도 아카데미에서는 10년 된 와인을 모두 꺼내와 시음을 하는데 작년에는 2003년을 올해는 2004년을 시음했다. 사실 2003년은 보르도에서 어려운 빈티지로 특히 산미가 모자라 와인을 즐기는데 문제가 있는 빈티지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작년 마셔본 결과 훌륭하게 숙성이 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필자는 올해 여러 샤또의 2004 빈티지를 마셔보았다. 지금 열려 있었고 그 맛은 훌륭했다. 필자가 102004년도 엉프리뫼에 참석했을 때 주목 받는 빈티지가 아니었고 클라식한 빈티지로 각인되었었다. 이제 2013년을 바라보는 보르도인들은 세월을 기다리고 있다. 향과 맛이 열리고 입안에서 감칠맛이 도는 그 시기까지…… 그러나 그 세월은 그리 길지 않아 보였다. 2013년은 보르도의 눈물이 섞여있는 빈티지라는 생각이 필자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다.